“미친개 발언에…” 이철성 경찰청장의 눈물

입력 2018-03-31 05:05

이철성 경찰청장이 ‘경찰은 미친개’ 발언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반발에 처음으로 공감을 표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냉정을 찾자”며 자중을 당부했지만 분노가 잦아들지 않자 속내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은 30일 전국 경찰 화상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논평 후 경찰 총수로서 강하게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조직 내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국민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발언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글썽이며 두세 차례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상회의에 참석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 청장 말을 듣는 동안 분위기가 무거웠다”며 “나 역시 목이 메었다”고 전했다. 한국당 대변인 장제원 의원은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 수사를 논평하며 “정권의 사냥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화상회의에서 이 청장은 최대 쟁점인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국민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수사구조 개혁을 놓고 경찰권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안다”며 “자치경찰제 도입과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등 경찰권을 분산시키고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에서 무고한 시민을 살인범으로 몰았던 과오를 사과하는 입장문도 발표했다. 경찰은 2000년 8월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이 사건의 목격자인 다방 커피배달원 최모씨를 감금·구타하고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최씨는 10년간 징역을 살았고 수사팀은 표창을 받았지만 2016년 11월 재심에서 최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2003년 경찰에 검거됐다 풀려난 진범 김모씨에 대해 지난 27일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경찰은 “재심 청구인과 유가족 등에게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면서 “자백 위주 수사에서 탈피해 객관적 증거에 입각한 혐의 입증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