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이 반전으로… ‘베테랑’의 두 버전 …기대가 실망으로

입력 2018-03-30 19:54

KIA 타이거즈의 정성훈(38)은 지난해 11월 전화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LG 트윈스에서 방출됐다. 전화 통보였다는 점에 대해 야구계는 “그래도 베테랑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한국프로야구(KBO) 사상 최다 출장 신기록(2136경기)에 단 1경기를 남긴 상황이었다.

야인 처지였던 정성훈은 지난 1월 자신의 프로 첫 소속팀이던 KIA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여느 때보다 절박하게 훈련하는 그를 보며 김기태 KIA 감독은 “허슬 플레이를 한다”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존재”라고 말했다. 정성훈은 지난 29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첫 타석에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결승 솔로홈런을 쳤다.

NC 다이노스의 최준석(35)도 불과 지난달 초까지 ‘미아’ 신세로 은퇴 위기에 내몰렸었다. 그가 홀로 체중을 감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지난해 80타점대를 기록한 선수가 정말 팀을 못 찾느냐”는 우려 섞인 말들이 돌았다. 그는 며칠 뒤 가까스로 NC 입단이 확정됐다. 김경문 NC 감독은 최준석을 두고 “큰 시련을 겪었다”고 말했다.

묘하게도 정성훈이 아치를 그린 날, 최준석도 대타로 역전 결승홈런을 쳤다. 최준석은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 8회말 1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는 3점홈런을 쳤다. NC 후배들이 괴성을 지르며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그의 헬멧을 때려댔다. 그는 “‘초구부터 무조건 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실투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베테랑이 매번 경험의 가치를 입증하지는 못한다. 최준석의 극적인 홈런 이면에는 한화 이글스의 또다른 베테랑인 정근우(36)의 역할이 있었다. 정근우는 1-0으로 팀이 이기던 8회말 1사 2루 상황에서 NC 권희동의 평범한 타구를 더듬었다. 2사가 될 상황에서 주자만 늘며 한화는 급격히 흔들렸다.

뒤이어 나온 NC 모창민의 동점 희생플라이는 사실 이닝 종료로 연결됐어야 할 외야 뜬공이었다. 계속된 2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대타가 최준석이었다. 최준석의 홈런이 터진 직후 방송 중계화면은 씁쓸해하는 정근우의 모습을 잡았다.

앞선 27일 경기에서는 한화 김태균(36)이 나성범의 1루수 플라이볼을 땅에 떨어뜨렸다. 잡았다면 이닝이 종료될 2사 만루 상황이었지만,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한화는 이날 3점차로 패했다. 한동안 국가대표팀의 붙박이 1루수와 2루수로 활약하던 김태균과 정근우였다. 베테랑에게 건 기대가 컸던 만큼 한화 팬들의 실망도 컸다.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