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감독 수장에도 사회운동가 앉힌다니

입력 2018-03-31 05:00
금융감독원은 자본주의의 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회사들을 감독한다.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피해를 입기 쉬운 소비자를 보호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이 기관의 수장인 금융감독원장의 최우선 자격 요건은 고도의 전문성일 수밖에 없다. 국내외 금리 방향 등 통화정책에 일가견을 가지면서 금융상품 간 미세한 차이 등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지식에도 해박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요 국가에서 금융감독기관 수장은 금융감독 업무에 오래 종사해온 전문가, 금융인, 금융학자 출신이 맡는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금융감독 수장의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가 30일 차기 금감원장으로 내정한 김기식 전 의원은 아무리 기준을 낮춰도 금융 전문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대학 졸업 후부터 시민단체에 들어가 경력의 대부분을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으로 활동했다. 교통 문제에서 환경, 서울시 예산, 복지 등 주로 사회정책 분야에 대한 감시 활동을 해온 시민운동가다. 제19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금융위원회, 금감원을 관할하는 국회 정무위에서 활동하긴 했다. 하지만 정무위원 4년을 했다고 금융 전문가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 정무위원 활동에 대해서도 평가가 갈린다. 기업과 금융회사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원칙을 지킨 ‘저격수’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구체적인 지식이나 근거도 없이 자신의 주관만을 밀어붙여 너무 황당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청와대가 김 금감원장 내정을 두고 “금융 개혁을 늦추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개혁도 실력이 있어야 제대로 한다. 마구 휘두르는 개혁의 칼은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해악을 끼칠 뿐이다. ‘코드’가 중요하더라도 최소한 요건은 갖춰야 할 것 아닌가. 친여권 인물로 후보를 좁히더라도 김 내정자보다 나은 금융 전문가를 찾을 수 없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