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 주변의 사람 냄새… 노희경 드라마 ‘라이브’

입력 2018-04-02 05:00
소시민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는 드라마 ‘라이브’. ‘라이브’는 노희경 작가의 탄탄한 대본에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더해져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tvN 제공

등장인물 대부분이 경찰인 드라마가 있다. 하지만 형사물은 아니다. 경찰서에서 연애하는 로맨스물도 아니다. 액션이 화려하지도 않고 눈호강을 할 만큼 미남 미녀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재밌다. 살아가면서 겪는 소소한 갈등, 누구나 할 법 하지만 진지한 고민, 작은 행복이 그려진다.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 ‘라이브’(tvN) 이야기다.

‘라이브’는 수습 기간 중인 경찰 시보 염상수(이광수) 한정오(정유미) 송혜리(이주영)가 사건 사고 많은 서울 홍일 지구대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지구대가 주 무대라는 게 일반 형사물과는 다른 점이다.

지구대에서는 수사팀을 꾸려 연쇄살인범을 쫓거나 권력형 비리를 추적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난동을 부리는 취객을 진정시키고, 순찰차에 쏟아 놓은 토사물을 치우고, 길을 잃은 정신장애인을 돕는다.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를 반복하는 일상이다. 생활밀착형 경찰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다. 노 작가의 작품이 늘 그랬듯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2018년을 살아가는 남녀노소의 갈등과 어려움을 녹여냈다. 사회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슈인 남녀 대결, 직장 생활에서 흔히 벌어지는 세대 차이가 이 드라마를 이끄는 갈등의 한 축이다.

주인공 정오는 취업준비생 시절 면접에서 대놓고 여성 지원자를 차별하는 일들을 숱하게 겪었다. “여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그런 거야”라는 말을 해봐야 소용없다. 사회에 던져진 정오는 늘 ‘여자’라는 짐을 짊어지고 가야 했다. 경찰 공무원에 지원한 건 그 때문이다. 성적으로 결정되는 공무원 시험에서만큼은 여자라고 차별받지 않으리라는 기대에서다.

청소 일을 하는 홀어머니를 둔 상수는 불법 다단계 회사에 인턴으로 취업했다가 어머니의 적금과 형의 대출금을 날린다. 그래서 경찰을 꿈꾸게 됐다. 정규직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정규직에 목마르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다단계 유혹에 쉽게 빠지는 20대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렸다.

세대 갈등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정년을 앞둔 지구대의 고참 경찰과 20대 젊은 시보는 서로 불편해한다. “너 내가 늙어서 싫은 거잖아?” “주임님도 제가 여자라서 싫잖아요?” 하는 날선 대사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함께 일하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맞벌이 부부의 오랜 갈등도 나온다. ‘훌륭한 강력계 형사’ 남편 오양춘(배성우)은 ‘능력 있는 형사’로 인정받는 아내 안장미(배종옥)에게 이혼을 당한다. 장미는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가 아플 때, 친정 부모가 쓰러졌을 때, 돌아가셨을 때조차 남편이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 잘 살아냈다며 이혼을 선언한다. 양춘은 “왜 경고 사격도 없었느냐”며 안타까워했지만 갱년기로 힘들어하는 장미는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김선영 드라마 평론가는 “청춘부터 베테랑까지 소외된 주변 인물들을 다루면서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너무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감싸다 보니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