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은 어떻게 살았을까? 자코메티 삶을 정리한 책들

입력 2018-03-30 21:38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왜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이름 앞에 ‘현대미술의 거장’이라거나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라는 수식어를 붙일까.

자코메티 특별전을 다녀온 뒤 이런 궁금증이 드는 독자라면 자코메티의 삶을 정리한 책들을 읽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는다면 관련 서적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책을 읽는 게 자코메티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자코메티의 일생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에겐 미국 작가 제임스 로드의 ‘자코메티 영혼을 빚어낸 손길’(을유문화사)이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자코메티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수작이다. 저자는 1952년 2월 자코메티와 처음 만났다. 저자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그와 처음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 역시 곧바로 내 앞의 남자가 다른 사람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고 강하게 끌리는 느낌을 가졌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됐다. ‘어린 시절(1901∼1922)’ ‘파리 생활과 초현실주의(1922∼1935)’ ‘도전과 시련(1935∼1945)’ ‘자코메티 스타일의 확립(1945∼1956)’ ‘영광의 날들(1956∼1966)’ 순으로 거장의 삶을 되짚는 얼개를 띠고 있다. 저자가 집필에만 15년을 매달린 역작이다. 이 책은 85년 출간돼 그해 미국도서비평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프랑스 시인이자 극작가인 장 주네가 쓴 ‘자코메티의 아틀리에’(열화당)는 자코메티의 예술 세계를 그려낸 걸작으로 꼽힌다. 72쪽 분량의 얇은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저자는 54년부터 4년간 자코메티의 작업실을 드나들었다.

파블로 피카소는 이 책을 “예술가에 관한 책 중 최고”라고 격찬했다. 자코메티 역시 자신과 관련된 가장 의미 있는 글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소설가 프랑크 모베르가 내놓은 ‘자코메티가 사랑한 마지막 모델’(뮤진트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자코메티가 노년에 사랑했던 여인 캐롤린에 대한 이야기다.

38년 프랑스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난 캐롤린은 젊은 시절 밤거리를 떠도는 매춘부였다. 그가 자코메티와 인연을 맺은 건 59년. 환갑을 바라보는 예술가와 스물한 살의 매춘부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캐롤린은 변덕스러운 사고뭉치였지만 자코메티는 캐롤린을 높게 평가했다. 단순한 매춘부가 아니라고, 자신에겐 여신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우곤 했다.

‘자코메티가 사랑한 마지막 모델’은 캐롤린을 통해 자코메티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낸 작품이다. 온라인 서점에 접속하면 책을 펴낸 출판사가 소개한 다음과 같은 글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자코메티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친절하게 정리해서 들려주거나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전기나 평론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자코메티의 인간적 면모와 예술적 고뇌가 느껴지는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일면을 밝히고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