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춘] 바다의 황금, 코발트를 찾아

입력 2018-03-31 05:05

황금 광맥이 연상되는 ‘노다지’라는 어원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구한말 이권을 가지고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광산을 운영하게 됐다. 그 가운데 평안북도 운산광산에서 많은 금이 채굴됐고, 가난한 광부들이 자신이 캐낸 금광석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광산 경영자인 외국 사람들은 광부들에게 ‘노 터치(No Touch)’를 외쳤고, 그 말이 ‘노다지’로 변했다는 것이다.

바닷속에도 노다지라고 불리는 심해 광구가 존재한다. 지난 3월 28일 대한민국 이름을 단 심해 광구가 하나 더 늘었다. 국제해저기구(ISA)와 우리나라가 서태평양 공해상에 대한 독점 탐사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서울 면적의 6배, 여의도 면적의 350배에 달하는 광대한 해양경제영토를 갖게 된 것이다.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광구에는 값비싼 희토류, 코발트가 다량 함유돼 있으며,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에 위치해 채광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이 지역에 대해 독점적으로 정밀 탐사를 실시하고, 2028년까지 탐사 지역 가운데 3분의 1 면적을 선별해 최종 개발권을 획득하게 된다. 심해저는 풍부한 자원이 매장돼 있지만 특정 국가의 통제 하에 있는 영역은 아니다. 이는 국제해저기구가 국제 규범에 따라 관리하며 탐사 계약을 체결해 각국에 개발할 권리를 배분하고 있다. 심해저에 매장된 광물에는 전략 금속인 코발트, 니켈, 망간, 구리 등이 다량 포함돼 있어 세계 각국은 앞 다퉈 진출하고자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실적은 단연 독보적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태평양, 인도양 등 다섯 개의 심해저 광구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심해에서 작업할 수 있는 무인 잠수정(해미래)과 채광로봇(미내로)을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5900t급 첨단 해양과학조사선인 ‘이사부호’를 탐사에 적극 투입하고 있다.

정부는 첨단 장비 개발뿐 아니라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심해저 자원 탐사 활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심해저 활동 등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중에 있으며, 연내 입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효과적인 탐사 활동을 위해 다양한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미래 해저자원인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등 3개 광종에 대한 독점 탐사권리를 모두 확보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앞선 해양탐사 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계약한 광구에서 본격적으로 상업 생산이 시작돼 연 100만t의 자원을 채굴할 경우 20년간 총 11조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그야말로 ‘바다의 노다지’로 불릴 만하다.

한때는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로만 여겨졌던 심해저가 어느덧 우리 인류를 책임질 자원의 보고(寶庫)이자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우리는 아직도 수많은 자원과 가능성을 품고 있는 심해저에 한발 더 다가설 것이다. 기회의 땅에서 찾은 ‘바다의 황금 광맥’이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위한 근원이 되어줄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