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숱한 논란을 낳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일 행적은 허망할 만큼 단순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대통령은 자신의 침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28일 검찰의 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들으며 떠오르는 표현은 딱 이 한 줄이었다.
검찰이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침실 앞에서 여러 차례 부른 뒤에야 박 전 대통령이 나왔다고 했다. 당일 특별한 공식 일정이 없던 박 전 대통령이 조금 늦은 시간까지 쉬고 있었을 수는 있다. 검찰도 박 전 대통령이 인후염으로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왜 자고 있었는지는 최소한 이해가 됐다.
그러나 진짜 의문은 수사결과를 아무리 다시 들여다봐도 해결되지 않았다. 어떻게 그때까지 자고 있었을까. 검찰 조사 결과 김장수 전 안보실장이 처음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시도했는데 연결되지 않았던 시간은 오전 10시쯤이다. 그런데 당일 세월호 사고 신고가 처음 접수된 건 오전 8시54분, 김 전 안보실장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TV뉴스 속보로 상황을 인지한 것은 9시19분이었다. 김 전 안보실장은 “서면보고서를 준비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검찰 조사에서 답했다고 한다. 김 전 비서실장은 “비서실 소관 업무가 아니어서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참모진이 상황을 알고도 40분이 지나도록 누구 하나 박 전 대통령을 찾지 않았고 깨우지도 못했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가 그런 곳이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것 같다. 최순실 외에 아무도 대면 보고를 하지 못했던 박근혜청와대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온 나라가 발을 동동 구를 때 대통령 홀로 침실 안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40분을 보내는 아이러니는 그렇게 벌어졌다.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차단한 채 자신만의 ‘구중궁궐’ 속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이 자초한 결과일 테다. 4년 가까이 흘러서야 확인한 진실의 민낯은 그렇게나 씁쓸했다.
조민영 사회부 기자 mymin@kmib.co.kr
[현장기자-조민영] 그 난리에도… 대통령을 깨우지 못했다
입력 2018-03-30 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