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얼굴)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방북 요청을 수락함에 따라 언제 방북할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편리한 시기에 북한을 공식 방문해 달라고 했으며 이 초청은 수락됐다고 28일 보도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상호 방문, 상호 특사 파견, 상호 서신 교환 등으로 접촉을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여기서 ‘상호 방문’에는 시 주석의 방북이란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방북한다면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2005년 후진타오 전 주석 이후 13년 만이다. 시 주석도 2008년 6월 방북했지만 부주석 자격이었다.
북측 보도가 맞는다면 실제 시 주석의 방북 여부와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은 북한이 미국 쪽에 급속히 쏠리는 듯한 시점에 김 위원장과 만남으로써 일단 체면치레는 했다. 하지만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해선 북한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 하루속히 북한을 방문하고 싶겠지만 4월에는 남북 정상회담,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현실적으로 그 전에 가기는 어렵다.
게다가 방북을 서둘다가는 북·미 사이에 끼어들어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는 모양새도 부담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29일 “시 주석은 하루라도 빨리 방북하고 싶겠지만 북·중 정상회담을 했으니 여유를 갖고 시기를 저울질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방북이 성사돼도 현재로선 북한에 줄 선물이 마땅치 않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적인 의무를 다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유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이 방북해도 빈손으로 가야 할 처지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과거 방북 때 북한과 경제·기술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20억 달러의 장기 원조 제공 의사도 밝힌 바 있다.
한편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시진후이(習金會·시진핑과 김정은의 만남)가 북·중 우호관계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며 정상회담을 극찬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시진핑 평양행 시기 저울질?
입력 2018-03-29 18:35 수정 2018-03-29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