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권 “북남 모든 문제가 의제”… 비핵화는 후순위?

입력 2018-03-29 18:31 수정 2018-03-29 21:51
남북 정상회담 실무 협의를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의 양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北, 남북 관계 개선에 우선순위 두려는 의미인 듯
한반도 비핵화에 집중하려는 우리 측 구상과는 다소 거리
의제 두고 신경전 벌이지 않아 양 정상 모든 것 논의 가능토록 판을 짜겠다는 의미일 수도

남북 정상회담 협의를 위해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두 차례 전체회의와 세 차례 대표 접촉 등 남북이 마주앉은 지 91분 만에 정상회담 날짜와 후속 실무회담 개최를 확정했다.

다만 남북 정상회담 의제는 합의문에 담지 않고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남은 한 달간 주변 정세를 고려해 신중하게 조율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종결회의에서 “북남 수뇌 상봉까지는 한 달밖에 시일이 남지 않았으며 길지 않은 기간 필요한 준비를 위해 쌍방이 실무적으로 협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쌍방이 이번 수뇌 상봉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성을 자각하고 진지하고 협조적인 자세에서 적극 노력한다면 모든 문제를 신속하면서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회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북남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 민심이 바라는 게 우리의 의제”라고 다소 모호한 대답을 내놨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일단 정상회담에선 남북 관계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인 평화 정착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비핵화 문제에서 접점을 찾으면 체제 안전 보장, 평화체제 구축으로 논의가 확대될 수 있고,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남북 관계 발전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양측 간 실무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회담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이 속전속결로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양측이 의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지는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공동보도문에는 없지만 정상회담 의제도 충분히 논의되고 공감대를 이뤘을 것”이라며 “이를 합의문에 넣지 않은 건 양 정상이 만나 정해진 의제에 국한하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도록 판을 짜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는 과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선 핵심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5∼6일 대북 특사단 방북 때 미국과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한국과 비핵화 대화를 하겠다는 뜻을 직접 밝힌 적은 없다.

대북 특사단 방북 당시 합의했던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는 4월 27일 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상 간 핫라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집무실과 김 위원장의 조선노동당 청사 집무실에 설치될 전망이다. 정상 간 통화를 위한 사전 조율 채널로는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노동당 서기실이 거론된다.

판문점=공동취재단,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