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빨리, 올바른 방향으로”… 북·미 정상회담 가속도

입력 2018-03-29 18:53 수정 2018-03-29 21:57

백악관 “북핵 문제 관련 조심스럽게 낙관하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느슨한 대응 경계
CNN “아베, 내달 트럼프에게 덫에 걸리지 말라 우려 전할 것”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미국 백악관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서두르고 있다. 백악관은 또 김 위원장의 방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김 위원장 방중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경계수위’가 크게 낮아진 분위기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낀다”며 “우리는 조심스럽게 낙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은 김 위원장이 집권 후 처음으로 북한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며 “우리는 최대의 압박 작전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로 간주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희망을 갖고 앞으로 있을 회담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정상회담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면서 “가능한 한 빨리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러나 미국이 서두른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는 듯 “동시에 정상회담은 올바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5월에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것도 재확인했다.

백악관은 중국 정부가 북·중 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하기 직전인 27일 오전 주미 중국대사가 백악관에 와서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에게 회담 내용을 설명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시 주석의 개인 메시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메시지에 긍정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북·미 정상회담을 낙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악관의 이런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 수미 테리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분석관은 CNN방송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미국이 각각 얻고자 하는 것이 아주 다르다”면서 “지금으로서는 회담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말한 ‘동시적 조치’는 6자회담에서 논의했던 ‘행동 대(對) 행동’ 원칙을 뜻하는 것으로 새 주장이 아니다”며 “관건은 비핵화의 검증”이라고 지적했다.

1994년 제네바 핵 협상에 참여했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조건을 충족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북한은 평화협정이나 경제적 지원, 제재 완화와 한·미동맹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것이다.

CNN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 달 18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과거에도 대화를 시도했으나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에 불과했으니 이번에도 덫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일 것이라고 CNN은 덧붙였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