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수사권 조정 ‘검찰 패싱’ 작심 비판

입력 2018-03-29 18:40 수정 2018-03-29 23:31

문무일(사진) 검찰총장은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협의 과정에 검찰이 배제됐다는 ‘검찰 패싱’ 논란에 대해 “논의에서 배제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최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조정안을 협의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참여하기는커녕 논의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문 총장은 “(이런 논의를) 관련 기관이 참여하지도 않은 채 비공개로 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도 했다. 청와대를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문 총장은 2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시간30분가량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수사권 조정안 내용을 언론 보도로 알았다”며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주는 것처럼 돼 있는 보도를 봤는데, 중요한 사법기능 중 하나를 그렇게 논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논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 법학 교수 출신인 조 수석과 박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다.

문 총장은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과 인력을 축소하겠다”면서 경찰을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일제 강점기부터 해 왔던 국가경찰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 계획에 따라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 시스템에선 검찰의 통제가 유지돼야 한다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 데 따라 검찰의 조직·기능 변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찰 수뇌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자치경찰제를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문 총장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선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국회에서 결정하면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영장청구권에 대해선 “50년 이상 지속돼 온 인권보호 장치이므로 꼭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판·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을 대상으로 하는 ‘법조비리수사단’을 만들겠다며 “다음 달까지 출범하는 게 목표”라고도 했다.

청와대는 문 총장의 강도 높은 ‘검찰 패싱’ 비판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공수처 찬성 의견에 대해서는 “환영한다”고, 검찰 직접 수사 최소화 입장에는 “원칙·방향의 측면에서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자치경찰제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자치경찰제 확대와 수사권 조정의 병행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문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는 최초로 공수처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 비판에 대해서도 지켜야 할 ‘선’은 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얘기로 본다”며 “문 총장의 지적은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 장관 차원에서 조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검찰과의 갈등 관계를 부각시킬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글=양민철 강준구 이사야 기자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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