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방안으로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드는 ‘예상 밖의 시나리오’를 택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기아자동차 등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주식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합병 후 현대글로비스 주식 처분 등을 통해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최소 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세금을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방식은 그동안 업계의 예상과는 크게 다르다. 투자업계에서는 최근까지도 현대차그룹이 일부 계열사의 투자 부분을 따로 떼 지주회사를 만들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방식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왔다. 이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함으로써 그룹 전체 경영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대주주가 양도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금 부담이 최소화된다. 하지만 이 방식은 대주주가 세금 한 푼 안내고 회사 지배력만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대규모 인수합병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자회사 등이 공동 투자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대차 측은 “대주주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지분거래에 대한 막대한 세금을 납부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현대차그룹, 예상 밖 ‘지배구조 개편’ 왜? 1조대 세금 확실히 내고 지배력 강화
입력 2018-03-29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