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율·철강과 패키지 협상” 정부는 “별개 문제” 반발
韓美, 진실게임 양상으로… 농업 부문도 상반된 입장
美, USTR·상무부 등 공조 한국은 부처간 소관 다툼
우여곡절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결과가 나왔지만 두 나라가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진실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미국 정부가 환율 협의를 FTA 개정과 함께 진행했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한국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 정부가 ‘레드라인’으로 지켰다던 농업 부문도 미국 정부는 진전을 이뤘다며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FTA와 철강·환율을 연계한 ‘패키지 딜’로 국익을 극대화한 미국 정부의 협상 전략을 한국 대표단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초래된 실패한 협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 백악관과 미 무역대표부(USTR)는 29일 ‘한·미 FTA와 국가 안보’라는 제목으로 FTA와 철강 관세 면제, 환율 등 3개의 패키지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FTA·철강·환율) 세 분야의 협상이 함께 타결된 것은 역사적이고 우리는 그 결과를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한·미 FTA와 환율조작 금지 협정을 연결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 재협상에 환율 문제를 끌어들이는 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라며 “두 문제는 지금까지 철저히 분리돼 있다”고 했다. 미국 측이 재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환율조작 문제를 언급한 건 맞지만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 입장에서 환율 문제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미국 측에 항의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강한 반발에 오히려 밝히기 어려운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환율 협상과 관련해 “무역 파트너의 불공정한 통화 관행을 지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환율 관행에 대한 견고한 투명성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정부가 ‘레드라인’으로 지켜냈다던 농산물까지 백악관이 논의의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이면합의 의혹은 증폭됐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FTA 성과를 묻는 기자 질문에 “농업 부문과 의약품 분야에서도 진전이 이뤄졌다는 것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차피 국회에서 모든 내용을 보고해야 하는데 그때 들통날 것을 우리가 숨길 이유가 있느냐”면서 “농업 부분은 건드린 게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6일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환율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도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아울러 한국 측 협상단의 협상 능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받을 것은 받기 위해 철강과 FTA, 환율을 연계했고 USTR과 재무부, 상무부가 협업했다. 반면 한국은 부처 간 소관 업무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 전문가는 “부처 간 칸막이가 커 업무 협조가 안 된 정부 부처의 문제가 이번 협상에서 나타났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적 부풀리기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서 나온 내용까지 사전 양해 없이 모두 발표했을 가능성도 있다.
산업연구원 문종철 박사는 “표심을 잡아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로선 협상 테이블에서 대화한 것까지 협상을 했다고 해석하고 발표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서윤경 정현수 기자 y27k@kmib.co.kr
美 ‘부처 협업’ VS 韓 ‘부처 떠넘기기’… 밀린 건 당연했다
입력 2018-03-30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