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은 부활절을 앞두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달리심을 묵상하며 경건한 삶을 실천하는 절기다. 보통 금식을 하거나 소외이웃을 돕지만 게임이나 SNS 같은 매체 사용을 줄이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고난'을 실천하기도 한다.
28일 오전 10시부터 29일 오전 10시까지 24시간 동안 TV와 컴퓨터, 스마트 기기 등을 멀리하는 '미디어 금식'을 직접 체험해 봤다.
사순절 기간 미디어 금식 캠페인을 펼치는 ㈔놀이미디어교육센터(소장 권장희) 조언에 따라 미디어 금식 전 ‘스마트폰 대청소’부터 시작했다. 스마트폰 대청소란 실생활에 불필요하거나 스마트폰 중독을 유발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하는 걸 말한다.
뉴스와 검색엔진, SNS, 동영상, 음악, 쇼핑 앱 10개를 지운 뒤 스마트폰 대청소 서약서를 작성했다. 다만 업무시간에 사용하는 조건으로 모바일 메신저 앱 하나는 놔뒀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역시 업무 시간으로 한정해 사용했다.
모바일 메신저 앱 프로필을 ‘미디어 금식 중’으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미디어 금식에 들어갔다. 업무 중간중간 별 생각 없이 실행하던 SNS를 사용하지 않으니 금세 불편함이 느껴졌다. 최근 논란이 된 몇몇 이슈에 대한 후속보도나 SNS 반응이 궁금했다. 하지만 하루만 꾹 참기로 했다.
대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묵상집을 꺼내 들었다. 출퇴근길에 가십성 뉴스를 읽는 습관이 있어 미리 준비한 책이었다. 묵상집은 점심식사 전과 퇴근길에 읽을 수 있었다. 통틀어 고작 20분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성경말씀을 주야로 묵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데 위안을 얻었다.
퇴근 후에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스마트 기기와 TV, 컴퓨터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식사시간엔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거실의 TV 전원을 껐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으나 이내 자연스레 대화가 시작됐다. 왜 고난주간에 TV와 스마트폰을 멀리하는지 설명하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일상과 고민, 한 주간 계획 같은 소소한 주제로 이야기가 옮아갔다. 취침 전까지 대화가 지속됐다.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더 대화를 나눈 것 같았다.
권장희 소장은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시간과 마음을 가장 많이 뺏는 건 TV, 컴퓨터 등 미디어”라며 “마음을 뺏는 즐거움을 잠시 끊고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미디어 금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디어 금식의 큰 장점은 스마트폰을 중단하는 것으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단절된 가족의 단합과 부모의 신앙 전수를 도모할 수 있다”며 “미디어 금식으로 남은 시간에 밀렸던 대화를 나누고 가정예배를 드리며 고난주간의 의미를 공유한다면 자녀의 신앙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평소 묵상할 시간이 없어 고민이라면 미디어 금식까진 못하더라도 스마트폰 대청소나 미디어 절식을 해보는 건 어떨까.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그래픽=이영은 기자
출퇴근길 SNS 대신 묵상집 읽고 집에서는 가족과 더 많은 대화
입력 2018-03-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