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양국 간 협상에서 농업·철강은 지키는 대신 자동차 시장은 양보한 패키지 딜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미 무역대표부(USTR)가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미국의 새 무역정책과 국가 안보를 위한 한국 정부와의 협상 성과’라는 자료에는 ‘환율 합의(Currency Agreement)’가 들어 있다. USTR은 “(양국이) 무역과 투자의 공평한 경쟁의 장을 촉진하기 위해 경쟁적 평가절하와 환율 조작을 금지하는 강력한 조항에 대한 합의(양해각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한국이 FTA 협상에서 원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부가 합의를 했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한·미 FTA 협상과 환율 협의는 전혀 별개”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일단 향후 공개될 개정 FTA 협정문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혼란은 미국이 FTA 협상에서 자동차와 철강뿐 아니라 환율 문제까지도 패키지로 묶어 용의주도하게 협상을 진행했음을 보여준다. FTA 협정문에 부가 합의 등 형식으로 환율 조항이 삽입되지 않았다면 다음 달 중순 발표가 예상되는 미 재무부와 기재부 간 환율 관련 합의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그동안 미 재무부와의 환율 합의의 주 내용이 환율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개선책일 것이라고 해 왔다. 그 정도라면 몰라도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 등 환율정책에 대한 제한이 담긴다면 큰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고려 등 미국의 압박이 강하겠지만 주요한 경제주권인 환율정책 자율성이 훼손돼서는 결코 안 된다. 무역으로 먹고살며 외환위기까지 겪은 우리로서는 더욱 그렇다.
[사설] 미국의 환율주권 침해 단호하게 대응하라
입력 2018-03-30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