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방위 가계부채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취약차주 중심의 악성 가계부채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취약차주는 금융기관 3곳 이상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동시에 저소득층(하위 30%)이거나 저신용자(7∼10등급)를 의미한다. 총 150만명 규모에 대출 총량은 82조7000억원으로 파악됐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제일 먼저 부실화될 여지가 높다는 점에서 금융 당국의 밀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2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검토했다. 한은은 3·6·9·12월에는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 대신 금융안정 상황점검 금통위를 개최한다. 보고서 가운데 핵심은 취약차주 문제였다. 가계부채 총량 증가세가 한자리수인 8%로 떨어지는 등 양적 개선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취약차주의 질적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지난해 말 기준 취약차주는 총 149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3000명 늘어났다. 이들이 빌린 돈 역시 8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들 가운데 66.4%는 제2금융권인 비(非)은행 기관에서 돈을 빌렸다. 상호금융(26.2%), 여신전문회사(15.5%) 대부업체(10.2%) 저축은행(8.0%) 순으로 파악됐다.
취약차주는 또 ‘이자 총체적상환비율(DSR)’이 24.4%로 나타났다. 이자DSR은 한은이 만든 개념인데, 분모는 전체 소득이고 분자에 부채의 원금은 빼고 이자상환액만 놓고 계산한다. 쉽게 말해 한 달에 100만원을 벌고 이자로 빠져나가는 게 25만원이라면 이자DSR은 25%다. 비(非)취약차주는 이자DSR이 8.7%에 달해 취약차주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향후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취약차주의 이자 DSR은 26.1%로 올라갔고, 5% 포인트 오를 경우엔 31.9%로 치솟았다.
기업대출에서 부실 폭탄은 한계기업 차지였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곳으로 정의한다. 돈(영업이익) 벌어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이자비용) 갚기도 어려운 곳들이다. 한은은 2016년 말 기준 한계기업이 3126개로 전체 외부감사대상 비(非)금융 기업법인 2만1952곳 가운데 14.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일반 기업 10곳 중 1∼2곳은 한계기업이란 뜻이다.
한은은 한계기업 장기화가 특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3년을 넘어 4년째 이자 못 대는 기업은 전체 한계기업의 68.8%로 2152곳이나 됐다. 조사기간인 2010∼2016년 내내 한계기업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도 23.4%로 504개였다. 산업별 업종별 구조조정으로 이미 퇴출됐어야 하는 기업들이 저금리 기조를 틈타 생명 연장의 꿈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건설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높았다. 전체의 20.4%(835개)를 차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진행된 철강·조선·해운·석유화학과 도소매·음식·숙박업은 오히려 한계기업 비중이 낮았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작년 빚 4조2000억 더 늘어난 ‘취약차주’는 누구… 가계부채 뇌관 우려
입력 2018-03-30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