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엣센스 포켓성경’ 증보판 낸 김태랑 전 국회의원

입력 2018-03-30 00:01
김태랑 더불어민주당 고문이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자신이 쓴 ‘엣센스 포켓성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2013년 그가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부터 쓰기 시작한 성경 요약 필사노트. 신현가 인턴기자
성경의 매력에 흠뻑 빠진 전직 국회의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문으로 있는 김태랑(75) 전 의원은 어렵고 길다는 이유로 성경 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을 위해 성경을 읽기 쉽게 요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전 의원은 정정해 보였다. 그는 성경을 359쪽으로 축약한 ‘엣센스 포켓성경’ 증보판을 지난 1월 출간했다. 구약은 역사적 사건과 사실을 중심으로, 신약은 예수님 말씀과 행하심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전문가 15명에게 감수도 받았다. 김 전 의원은 “성경 읽기가 길고 어려워 포기하는 분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이 성경을 처음 완독한 것은 5년 전 경기도의 한 구치소에서였다. 창세기나 출애굽기를 읽다가 번번이 완독을 포기했다는 그는 작은 독방에서야 성경을 온전히 접하게 됐다. 지역 후배를 도운 일이 수사의 대상이 돼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다.

면회 온 아내는 성경을 그의 손에 쥐어주며 “당신이 성경을 읽고 하나님 앞에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수차례 눈물로 청했다. 한 장 두 장 읽어 내려간 게 반년여 구치소 수감 동안 7회 독에 이르렀다. 구치소에서 누구나 느꼈을 법한 우울함과 억울함도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하게 됐다는 그다.

성경을 두 번째 읽을 때는 한 권의 노트를 꺼내 들었다. 성경을 곱씹으며 한 줄 한 줄 요약해 써 내려갔다. 순간 눈물이 났다. 그에게 큰 ‘자산’이라는 성경 요약 필사노트 곳곳에는 눈물 자국이 묻어 있다.

1970년대 신민당에 입당한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필하며 복잡한 문서를 요약·정리하는 데 두각을 보였다고 한다. 48년 동안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있게끔 만든 수많은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다. 그 솜씨가 성경을 요약 정리하는 데 발휘됐다는 설명이다.

밤 9시가 되면 구치소는 소등한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의 방은 성경을 노트에 적느라 항상 불이 켜져 있었다. 성경을 읽으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을 예수님이 주심을 깨달았고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확신하게 됐다.

2015년 4월 완성된 포켓성경 초판은 250쪽 분량이었다. 판을 거듭할수록 분량이 늘어났고 올해는 4판째 증보판을 냈다. 증보판은 종교계, 전·현직 의원, 민주당 중앙위원 등 8000여명에게 전달됐다. 내년 상반기에는 내용을 보충해 마지막 증보판인 5판을 시중에 발매할 생각이다. 책값은 고작 5000원이다. 많은 이들이 금전적인 부담 없이 예수님의 사랑을 빨리 체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서울 이수교회 집사인 김 전 의원은 아내를 직접 차에 태워 예배를 다닌다. “남편과 함께 손잡고 주일 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젊을 적 아내의 소원이 이제야 이뤄진 셈이다. 그는 내년 포켓성경 5판 3만권을 필요한 이들에게 보내려 한다. “성경 요약은 제 인생 마지막 일입니다. 성경을 요약하고 있으면 10시간이 지나도 지루한 줄 몰라요. 처음 성경을 접하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