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대화 주도권 강화 포석 푸틴·아베와 연쇄 회담 여지
金, 벤츠 승용차 싣고 가 이용
미국 언론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의도와 성과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김 위원장이 집권 후 첫 해외 나들이를 통해 단박에 국제무대 데뷔에 성공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또 김 위원장이 한반도 주요국 정상들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를 뛰어넘는 ‘업적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김정은의 방중은 그의 핵 대화 주도권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NYT는 “김정은은 국제무대에 데뷔하면서 자기를 자신감 있고 합리적이며, 협상 의지가 있는 국제적인 지도자로 연출했다”며 “그가 핵 이슈에 얼마나 강한 영향력을 가졌는지를 일깨워주는 중국 방문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의지를 재확인하는 등 여전히 김 위원장이 외교적 해결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무대의 외톨이였던 김 위원장이 김일성과 김정일도 시도하지 못했던 글로벌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 H 리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김정은은 자신이 국제적 정치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이번 방중이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 또 다른 해외 순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회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방중이 김 위원장의 국제적 이미지를 인권 탄압 독재자에서 핵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지도자로 일거에 바꿔놓는 절묘한 행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중 정상회담으로 중국이 대북 지원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중국이 제대로 준수하는지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타던 전용 벤츠 승용차를 특별열차에 싣고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매체에 나온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 부부가 방중 기간 베이징에서 타고 다닌 벤츠에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징하는 금색 문양이 붙어 있다. 김정일도 방중 때 북한에서 가져간 벤츠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김경택 기자
“핵 위기 해결하려는 국제적 지도자로 이미지 변신”
입력 2018-03-29 18:52 수정 2018-03-29 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