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최일영] 노사평화의 전당, ‘갈등의 전당’ 될라

입력 2018-03-30 05:06

붉은 조끼·머리띠 추방, 분규(강성노조)·고임금 걱정 없는 경제·노동 생태계 조성….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을 추진 중인 대구시가 제시한 노사상생협력 모델 내용 중 일부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정당 관계자 30여명이 29일 대구시청 앞에 모여 굳이 붉은 조끼와 머리띠를 두르고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취소’를 외친 이유이기도 하다.

노사평화의 전당이 노사갈등의 전당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대구시가 노사평화의 전당을 유치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사업추진 세부계획 안에 들어있는 내용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10월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지역으로 최종 선정됐다. 2020년 말까지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 안에 200억원의 예산으로 노사평화의 전당을 세울 계획이다. 노사공동 직업훈련관과 다목적홀, 노동·산업 문화역사관 등이 들어서고 노사상생 상징조형물도 세워진다. 하지만 노사상생 정신이 깃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대구시의 계획서를 입수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정의당 등은 열악한 대구 노동자의 현실을 대구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전근대적인 반노동정책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붉은 조끼·머리띠 추방’ 등의 문구를 넣은 데 대해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투쟁 이미지보다 노사 상생·협력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이를 부각시킬 목적으로 사용한 표현일 뿐 노조탄압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시도별 임금 및 근로시간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 지역 노동자의 월급여액은 서비스직이 특수하게 많은 제주를 빼면 전국에서 꼴찌다.

반면 대구 지역 노동자의 월 노동일수와 노동시간은 전국적으로 3∼5위 수준이다. 일은 많이 하고 급여는 적게 받는 게 대구 노동자들의 현실인 셈이다. 대구시민 대부분은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이해 없는 노사평화의 전당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대구=최일영 사회2부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