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교육권을 요구하다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탈레반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았던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21·사진)가 6년 만에 고국인 파키스탄을 찾았다.
영국 BBC방송은 말랄라가 29일(현지시간) 부모와 함께 파키스탄에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TV는 말랄라가 삼엄한 경비 속에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베나지르 부토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말랄라는 탈레반의 영향력이 큰 고향 스와트밸리에서 11살 때부터 BBC의 우르두어(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쓰는 언어) 블로그에 ‘굴마카이’라는 닉네임으로 여학생의 교육을 금지하는 탈레반의 만행을 전 세계에 고발해 왔다. 이 일로 15살이던 2012년 10월 통학버스 안에서 탈레반 무장대원이 쏜 총에 맞아 머리와 목을 크게 다쳤다. 말랄라는 당시 혼수상태로 영국에 이송된 뒤 두개골 일부를 드러내는 대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사건 이후 전 세계에서 말랄라에 대한 응원과 지지가 잇따랐고, 2014년에는 역대 최연소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말랄라는 파키스탄에 돌아가지 못한 채 가족과 영국 버밍엄에 정착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명문 옥스퍼드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탈레반은 테러 당시 말랄라가 살아나면 다시 표적으로 삼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말랄라는 국제적으로 유명 인사가 된 이후에도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계속 피력해 왔다.
귀국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파키스탄 국민이 온라인상에서 환영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층에서는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말랄라를 ‘파키스탄을 망신 주는 서방의 대리인’이라고 비난해 왔다.
말랄라는 고국 방문 기간 샤히드 카간 아바시 파키스탄 총리를 만나고 자신이 설립한 여성교육지원기금 ‘말랄라 펀드’ 관련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고향인 스와트밸리 방문 여부를 비롯해 더 자세한 일정은 안전 때문에 공개되지 않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두려움 이긴 말랄라… 그녀가 돌아왔다
입력 2018-03-29 19:22 수정 2018-03-29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