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기술 향상·얇은 투수층으로 팀당 5경기 치른 29일 현재 57개
타석당 홈런 개수 작년보다 많아 ‘정교함의 상징’ 3할 타자도 증가
도루, 장타 많아지면서 줄어들어
29일 2018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정규시즌 경기가 진행된 전국 5개 구장에서는 모두 11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NC 다이노스의 최준석과 KIA 타이거즈의 정성훈이 각각 이적 후 첫 홈런을 때려 베테랑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넥센 히어로즈의 김민성은 연타석 아치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kt 위즈는 4명이 홈런을 치며 승리했다.
팀마다 5경기씩을 치른 29일 현재 ‘야구의 꽃’ 홈런은 총 57개가 터졌다. 하루 평균 11.4개로, 경기가 열리는 구장마다 홈런이 최소 2개씩 나오는 셈이다. 사상 최다 홈런(1547개)이 터진 지난해보다도 빠른 페이스다. 지난해 36.77타석마다 볼 수 있던 홈런은 올 시즌 33.33타석마다 1개씩 생산되고 있다. 2013년에는 홈런 1개를 보려면 56.26타석을 기다려야 했다.
홈런의 증가에서 볼 수 있듯 ‘타고투저’ 현상은 올 시즌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타자들의 기술 향상 속도가 투수들보다 빠르다는 분석은 이제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최근 수년간 타자들의 몸쪽 공 타율, 홈런 비율이 모두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는 타자들이 밀어서 홈런을 때리는 모습이 보이는데, 기술이 한 단계 더 진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정교함의 상징’이던 3할 타자는 더 이상 희귀하지 않다. 2013년 16명이었지만 지난해 33명이 됐다. 지난해 우승팀 KIA의 경우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7명에 이를 정도였다. 거포의 기준이라는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 1.000 이상의 타자는 2013년에는 박병호(넥센) 1명 뿐이었다. 지난해에는 그가 리그에 없는 상황에서도 6명이 됐다.
타고투저 속에서 미국프로야구(MLB)에 진출했던 강타자들이 돌아오면서 홈런왕 경쟁은 예년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호와 김현수(LG 트윈스), 황재균(kt 위즈)은 나란히 복귀 홈런을 신고했다. 최근 2년 연속 홈런왕인 최정(SK 와이번스)도 마수걸이 홈런으로 홈런왕 레이스에 동참했다.
줄어드는 도루 역시 타고투저와 ‘빅볼’ 경향을 반영한다. 2014년 KBO리그의 모든 팀이 도루 상황에서 도루를 시도한 비율은 8.3%였다.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5.6%로 하락했다. 아웃 카운트를 무릅쓰고 진루를 노리기보다는 ‘한방’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3년 연속 도루왕인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의 도루 숫자는 2015년 60개에서 지난해 40개로 뚝 떨어졌다.
타고투저는 기량 발전이 아닌 환경적 요인 때문이며, 해결할 과제라는 분석도 있다. 투수 선수층이 얇은 상태에서 정규시즌이 팀당 144경기로 늘어난 영향인데,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타자들은 각 팀의 1, 2선발에게는 고전한다”며 “수치상의 타고투저일 뿐, 내용상으로는 타고투저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해설위원은 “장기 시즌이 되면서 조금만 경기가 어려워지면 약한 투수가 등판하고, 10점 이상을 실점한다”고 했다. 그는 “1.5군급 투수들의 실력이 향상돼야 하고, 스트라이크 존도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야구의 꽃’ 홈런, 올해도 폭발한다
입력 2018-03-29 21:20 수정 2018-03-29 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