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농구(KBL) 정규리그 우승을 거둔 원주 DB의 약점 중 하나로 꼽힌 것은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경기에서 주축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한 것이었다. DB는 기존 베테랑 대신 새 얼굴들을 중심으로 시즌을 치르면서 리빌딩에 불씨를 당겼다. 그러나 DB 베테랑들은 가장 중요한 시기에 투혼을 발휘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줬다.
2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DB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 DB는 3쿼터까지 76-78로 끌려갔다. 그러나 4쿼터 전세 역전에 성공하며 100대 93으로 승리,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올 시즌 DB 주축인 두경민은 플레이오프 개인통산 15경기, 김태홍은 10경기를 치렀다. 디온테 버튼은 한국에서 첫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다. 두경민이 29점, 버튼은 26점 12리바운드로 활약했지만 불안요소는 있었다. DB는 3쿼터까지 턴오버 11개를 저지르며 KGC(5개)보다 안정감이 부족했다.
베테랑들의 숨은 공헌은 반전을 일으켰다. DB는 4쿼터 1분여를 남기고 90-89로 KGC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때 윤호영(34)이 3점포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 김주성(39)이 53.2초를 남기고 골밑슛까지 성공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은퇴를 앞둔 김주성은 플레이오프만 13시즌째다. 챔피언결정전 포함 플레이오프 95경기를 소화했다. 윤호영도 44경기나 치렀다. 이날 김주성은 10분, 윤호영은 17분을 뛰었다. 두 선수는 출전시간이 짧았지만 공수에서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특히 김주성과 윤호영이 가세한 DB 수비는 전성기 시절 ‘동부산성’을 연상케 했다. 윤호영(197㎝)-김주성(205㎝)-로드 벤슨(207㎝)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4쿼터 동시에 나서 KGC의 득점을 15점으로 묶었다. DB는 4쿼터 턴오버도 2개로 줄였다. 반면 KGC는 DB 베테랑들의 수비에 고전하며 턴오버 6개를 기록, 눈물을 흘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프로농구] DB의 승리 DNA를 깨웠다
입력 2018-03-29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