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김기춘이 국정화 결정… 이병기가 편법 사용 강행
“저항 못했다” 반성했지만 정치권 눈치보기는 여전
조사위원장, 발표 자리서 “교육감 출마” 밝혀 빈축 받아
‘청와대가 지시했고 교육부는 실행했다.’
교육부가 28일 내놓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는 이 한 줄로 요약된다.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공식화한 출발점은 2015년 10월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였다. 899일 만에 교육부 스스로 쓴 반성문은 ‘청와대 지시였다’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박근혜’와 ‘청와대’란 말이 15회 등장하지만 ‘교육부’란 단어가 언급된 건 절반도 안 되는 7회였다.
교육부와 진상조사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와 보도자료 여기저기에는 ‘교육부 혼자 벌인 일이 아니다’는 변명이 담겨 있다. 진상조사위는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새누리당, 교육부, 관변단체 등을 총동원해 추진했다”며 화살을 박근혜정부 청와대로 돌렸고 교육부에는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다” 정도를 지적하는 데 그쳤다. 진상조사위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지시로 꾸려진 조직이다.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할 교과서 등 교육정책이 정치권에 어떻게 휘둘리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교육부는 청와대 지시를 받아 비밀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국정화 반대 학자를 학술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불법 여론조작, 비밀TF 운영,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서 조작, 청와대 국정화 홍보비 부당 처리 등이 파악됐다.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결정해 추진했고, 김 전 실장 후임인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당시 교육문화수석 등이 위법·부당한 수단과 각종 편법을 동원했다. 수사 의뢰 대상에는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이병기 전 비서실장, 서남수·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 전·현직 교육부 공무원, 민간인 등 25명 안팎이 포함됐다.
앞으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청와대가 부당한 지시를 했을 때 교육부가 거부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여전히 청와대와 정치권 눈치를 살피며 교육 정책을 손바닥처럼 뒤집는다. 유아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처럼 교육부의 오락가락 행정은 박근혜정부 때나 문재인정부 때나 달라진 게 없다. 교육부는 “앞으로 부당한 청와대 지시는 거부하겠는가”란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번 반성문이 ‘반쪽짜리’에 불과한 이유다.
이런 와중에 진상조사 위원장을 맡은 고석규 목포대 교수는 조사결과 발표 자리를 선거 운동에 활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김 부총리가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고 위원장은 브리핑 후 배포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 발표’란 자료에서 “위원장을 맡아 진실을 밝히고자 했고 우리 교육을 위해 새 출발을 시작하고자 한다. 전남교육감 후보로,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보수 진영도 포용하는 ‘스펀지 같은 교육감’이 되겠다”며 사실상 출마 선언을 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靑 지시”… 발뺌하는 교육부
입력 2018-03-2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