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개정 협상서 ‘환율’ 이면 합의 의혹

입력 2018-03-28 23:15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과 미국 통상당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철강 관세 협상을 공식화하는 공동 선언문을 28일 발표했다. 선언문은 지난 26일 정부가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와 수출 물량의 쿼터 설정 합의는 5월 1일부터 발효된다. 분야별 상세한 합의 내용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외신을 통해 FTA 개정 협상에서 환율 관련 부속서신을 교환했다고 밝히면서 이면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미 FTA 협상 부속합의로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원화의 평가절하를 억제하기 위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관련 투명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외환분야는 FTA 개정협상과 별도로 미 재무부 등과 수시로 대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미 FTA와 환율 문제는 별개의 이슈”라며 “미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발언)진위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분야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도 “그동안 환율보고서 등을 포함해 외환 분야 이슈에 대해 IMF, 미 재무부와 수시로 협의해왔다”며 외신 보도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다음 달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미 재무당국,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외신 보도에 ‘사실무근’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이면합의’ 의혹이 불거진 데는 미국이 그동안 중국과 한국, 일본 등 대미무역수지 흑자가 많은 국가들에 대해 통상 압박 수단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문제 삼았다는 점이 작용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FTA 협상과 환율정책 협의가 별도로 진행됐더라도 큰 틀에서 ‘패키지 딜’에 포함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을 지정하고 있다. 한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에 필요한 요건 중 일부만 적용돼 지난해 10월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올랐다. 최근 미국이 통상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다음 달 15일 발표되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6일 FTA 협상결과 브리핑에서 미국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제외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부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다음 달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때까지 이면합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