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저 사진이 어떤 장면을 촬영한 것인지 짐작할 것이다. 때는 2016년 3월 2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레나에서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국가대표팀 간의 축구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전광판 시계가 전반 14분을 가리키자 경기장은 일순간 침묵에 잠겼다. 경기는 중단됐고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한 채 고개를 숙였다.
전광판엔 사진에서 보듯 네덜란드가 낳은 축구스타 요한 크루이프(1947∼2016)의 모습이 등장했다. 관중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면서 경기가 열리기 이틀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삶을 되새겼다. 전반 14분에 이 같은 이벤트가 진행된 건 크루이프가 선수 시절 사용한 등번호가 14번이었기 때문이다. 크루이프는 그렇게 팬들의 곁을 떠났다.
‘마이 턴’은 고인의 2주기를 맞아 국내에 번역·출간된 크루이프의 자서전이다. 네덜란드 아약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이 팀을 유럽 정상으로 이끌고, 은퇴한 뒤엔 스페인 FC 바르셀로나 사령탑을 맡아 엄청난 업적을 남긴 축구 영웅의 삶을 만날 수 있다.
크루이프는 “팬을 즐겁게 하는 축구”의 중요성을 수차례 역설한 인물이다. 그는 100년 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책임질 줄 알았던 스포츠맨”이라고 답했다.
크루이프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신간일 듯하다. 그는 자서전의 들머리에 이렇게 썼다. “내 인생은 늘 더 잘하고 더 발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삶의 모든 일에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
박지훈 기자
[책속의 컷] 축구 레전드 크루이프, 그를 기리며…
입력 2018-03-30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