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영 상황을 알려주는 기본 자료가 재무제표라면 한 나라 거시경제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게 국민계정이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7년 국민계정(잠정)’에서 우선 눈에 띄는 통계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 2만9745달러(3363만6000원)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선진국의 기준으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도 3.1%로 3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정부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피해 등을 감안할 때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자위할지 모른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문턱에 이른 데는 환율효과가 컸음을 인정해야 한다. 한은에 따르면 2016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60.5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130.8원으로 낮아졌다. 미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달러 정책에 따라 달러 환산 국민소득이 높아진 측면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장률과 1인당 국민소득이 가계가 체감하는 경기와 크게 거리가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가계가 실질적으로 올린 소득인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전년도보다 4.1%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 증가율은 그리 높지 않다. 전체 국민소득 중 가계가 차지하는 몫도 줄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3.1%에서 23.8%로 증가한 반면 가계는 56.3%에서 56.0%로 줄었다. 세수 증가 등으로 정부 곳간은 풍성한 반면 가계 곳간은 더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호황이라는 세계 경기와 반도체 등 일부 수출 품목의 선전에 크게 힘입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중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7% 포인트였다. 우리나라의 ‘상품과 서비스 수출’보다 ‘상품과 서비스 수입’이 더 많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보호무역주의로 올해 수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고 금리 상승 기조로 인해 가계 소비도 믿을 수 없게 됐다. 기업의 혁신 역량과 역동성을 북돋워 어떻게 성장동력을 확충할지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사설] 가계가 체감 못하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입력 2018-03-2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