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A씨는 최근 거래은행으로부터 1∼2개월 안에 2%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신탁상품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원금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은행 추천 상품이라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레버리지 ETF 신탁에 5000만원을 넣었고, 증시 하락으로 약 500만원의 손실이 났다.
최근 은행권에서 고위험 ETF 신탁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A씨처럼 손해를 보는 사례가 늘자 금융감독원은 28일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2012년 관련 제도를 도입한 뒤로 특정 금융상품에 소비자경보가 발령되기는 처음이다.
ETF는 코스피200 등 특정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아 추종하는 상품이다. 고위험 ETF 상품으로는 레버리지 ETF 등이 꼽힌다. 기초지수가 1% 오르면 레버리지 ETF는 2%가 오른다. 내릴 때도 2배가 빠진다. 비율은 똑같이 2배를 추종하지만 하락할 때 더 큰 폭으로 지수가 내리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기초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면 레버리지 ETF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원금 전체를 잃을 수도 있다.
은행권의 고위험 ETF 신탁상품은 지난해 국내 증시가 상승장에 들어서자 인기를 끌었다. ETF는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다만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고객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웠다. 은행은 신탁을 통해 ETF 매매를 대신해주는 방식으로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일부 지방은행도 ETF 신탁상품 판매에 뛰어들 정도다. 지난해 고위험 ETF 신탁상품의 신규 판매액은 4조1397억원에 이르렀다. 2015년 2694억원과 비교해 15.4배나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1조2758억원이 팔렸다.
금융 당국은 고위험 ETF 신탁이 향후 증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별종목 투자는 기업 가치를 보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ETF 투자는 증시의 상승·하락만 보는 것”이라며 “하락장에서 본격적으로 ETF 매물이 쏟아지면 증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ETF 신탁 판매로 ‘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인이 ETF를 직접 매매하면 약 0.015%의 매매수수료가 부과된다. 반면 은행 ETF 신탁은 평균 1%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은행에서는 보수적인 고객에게 ETF 상품을 설명해주고 접근성이 좋은 은행에서 ETF 투자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투자 지식이 부족한 은행 고객을 상대로 고위험 ETF 판매에 집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레버리지 ETF 신탁 판매 급증… 당국은 경보음
입력 2018-03-2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