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쌓여가는 지방 미분양

입력 2018-03-29 05:05

정부가 서울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일부 지역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지방은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다. 건설사와 전문가들은 양도세 감면 혜택 등 대책 마련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놓고 있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이 6만903가구로 전월 대비 3.0%(1799가구) 증가했다고 28일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지방의 미분양 증가율이 수도권보다 3배가량 높았다. 수도권 미분양은 9970가구로 전월(9848가구) 대비 1.2% 늘었지만 지방은 5만933가구로 전월보다 3.4%(1677가구) 증가했다.

이 같은 미분양 양극화 현상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더 심각하다. 지난해 2월 수도권 미분양은 1만8014가구였다는 점에서 올해 2월 미분양 가구 수는 줄었다. 이에 비해 지방은 지난해 2월 4만3049가구였던 것에서 더 많아졌다.

미분양 아파트들이 쌓이자 건설사들은 고육책을 내놓고 있다. 조선업 침체 직격탄을 맞은 경남 창원 등 일부 지방 아파트들은 다 지은 뒤에도 집주인을 찾지 못하자 분양가를 1000만∼3000만원 낮춰 팔기 시작했다. 이미 분양받은 사람들은 당장 차액 손실은 물론 추가 집값 하락까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깜깜이 분양’을 시작하는 곳도 있다. 청약 1순위 마감이 안 되니 고의로 미분양을 만든 뒤 고객들과 1대 1로 만나 계약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제주도 ‘제주대림 위듀파크’와 ‘한림 요션캐슬’은 1순위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다.

지방 아파트의 미분양 속출에도 정부가 대책 마련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정부가 내놓은 전매제한이나 1순위 자격 기준을 완화하는 청약위축지역 카드가 지방 분양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것보다 주택 수요가 들어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양도세 감면 혜택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도입해 지방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