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러시아, 최장 20년 장기 석유동맹 추진

입력 2018-03-29 05:05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와 러시아가 유가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최장 20년에 달하는 장기 원유 감산 협약을 추진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협약이 이뤄지면 국제유가에 대한 협약국의 통제력이 커질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중동 내 입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기준 러시아와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각각 전 세계 1, 2위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전날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원유 감산 동맹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1년 단위 계약을 10∼20년까지로 전환하려고 한다”며 “큰 그림에는 합의했지만 세부사항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과거 원유 과잉공급 시기에 유가 방어를 위해 오펙과 감산 협력을 해왔지만 양측 간 10∼20년짜리 협약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사우디는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2016년 30달러로까지 폭락하자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러시아 등 비오펙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했다. 유가는 최근 70달러 선까지 회복했지만 미국 셰일가스 개발업체들이 생산에 속도를 내면서 추가 상승에 제한을 받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IHS마킷 부회장인 원유 역사학자 대니얼 예르긴은 “원유 시장에서 특정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단기 방편을 선택할지, 시장 변화에 대비한 장기 대책을 마련할지에 관한 것”이라며 “오펙 국가들은 일회성 계약보다 제도화하는 방법을 찾길 원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 등을 놓고 사우디와 갈등해 온 러시아로서도 오펙과의 협력 강화는 득이 되는 일이다. 오랫동안 미국이 주도권을 행사해 온 중동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러시아·사우디 장기 협력방안에 대해 “매우 중요한 전략적 발전”이라며 “양국 관계에서 또 하나의 주요 반전(反轉) 신호로, 지금 러시아와 사우디의 동맹은 기름보다도 두꺼워 보인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