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상생 실험’… 대기업 최초 ‘최저가 낙찰제’ 폐지

입력 2018-03-29 05:01
포스코가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공급업체를 선정하던 입찰 방식인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한다. 사진은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공급자 위주로 설비와 자재를 입찰하던 ‘최저가 낙찰제’를 국내 대기업 최초로 전격 폐지하기로 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상생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권오준 회장의 평소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포스코는 28일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하고 다음 달부터 ‘저가제한 낙찰제’를 기본 입찰 방식으로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가제한 낙찰제’는 투찰평균가격과 기준가격의 평균가 85% 미만으로 투찰하는 입찰사는 자동으로 제외된다.

포스코는 그동안 제철소 설비 자재 구매의 일반적인 방식이었던 ‘최저가 낙찰제’가 중소기업 간 출혈경쟁으로 해당 중소기업의 수익 악화와 설비 자재의 품질 불량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권 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파트너사가 없으면 포스코도 존재할 수 없다”며 “외주 공급사를 대등한 파트너 입장에서 합리적인 거래 관계를 키워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가 낙찰제’는 경쟁 입찰 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공급사가 낙찰 받는 형식이다. 구매기업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투명하게 공급사를 선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입찰사 입장에서는 수주하기 위해 원가를 고려하지 않고 ‘제 살 깎아먹기’식 투찰경쟁으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도 컸다. 장기적으로는 공급 품질이 저하되고 최악의 경우 산업재해의 발생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앞서 정부도 지난해 12월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한 바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발주하는 물품 구매 입찰의 최저가 낙찰제도 폐지됐다.

포스코는 “2015년부터 정보공개, 경쟁 입찰, 청탁내용 기록 등을 100% 시행한다는 원칙이 준수되고 있어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해도 구매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지켜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물품, 서비스 등 모든 거래회사 등록정보와 입찰내용을 누구든지 파악할 수 있도록 공개하기 때문에 자격을 갖춘 회사라면 경쟁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또 납품 관련 청탁은 모두 기록으로 남기도록 해 청탁을 원천 배제하고 있다는 게 포스코 설명이다.

‘저가제한 낙찰제’를 적용하면 공급 중소기업은 적정한 마진을 반영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안정된 수익 확보가 가능해 고용안정과 연구개발 투자가 가능해진다. 포스코 입장에서도 제철소 현장에 품질불량 설비와 자재의 유입을 막아 안전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협력업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1980년대부터 포스코와 거래해 온 ㈜대동 이용동 대표는 “포스코가 대기업 최초로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하고 저가제한 낙찰제를 기본 입찰제도로 채택하기로 한 것은 중소기업 상생경영의 모범사례로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저가제한 낙찰제’ 외에도 거래 중소기업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입찰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