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친선, 피로 맺어져 한반도 정세 긍정적 변화는 김 위원장 전략적 결단 결실”
金 “中 먼저 찾은 건 마땅… 조·중 친선 숭고한 의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베이징 회동으로 7년의 냉각기를 단숨에 털어냈다. 두 사람은 북·중 친선 관계를 ‘피로 맺어진 숭고한 의무’로 표현하며 국제사회에 끈끈한 우의를 과시했다. 명실상부한 ‘1인 천하’ 시대를 연 시 주석이나 미국과의 핵 담판을 앞둔 김 위원장 모두 언행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북·중 정상회담을 하고 곧이어 연회에 참석했다. 시 주석 내외가 김 위원장 내외를 직접 안내해 연회장인 금색대청에 함께 들어섰다. 연회장에는 양국 선대 지도자들의 활동 모습이 담긴 영상이 방영돼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연회는 시종 동지적이며 형제적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축하 연설 차 먼저 연단에 올랐다. 그는 “전통적인 중·조(중·북) 친선은 피로써 맺어진 친선으로서 세상에 유일무이하다”며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쌍방은 관계 발전의 국면을 튼튼히 틀어쥐고 전략적 의사소통을 심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와 김 위원장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1983년 6월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의 아버지가 김 총비서를 역전에서 맞이했고 모진 더위를 무릅쓰고 고궁 참관에 동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비서께서는 매우 큰 감동을 받았다. 내가 2008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그 일에 대해 특별히 회고했다”고 덧붙였다. 시중쉰은 중국의 혁명 원로로 북한 지도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물이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40여 차례 중국을 방문했던 일도 언급했다. 시 주석은 연회 전 회담에선 “최근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의 결실”이라고 추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답례연설에서 “나의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국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이어 “조·중 친선은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 나가야 할 나의 숭고한 의무”라며 “사회주의 위업을 위한 공동 투쟁에서 맺어진 친선 관계를 새로운 높이에서 강화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중 관계는 내내 껄끄러웠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 간 개인적 불신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이 맞물리면서 냉랭한 상태가 지속됐다. 그랬던 두 사람이 첫 만남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강한 어조로 친선 우호를 다짐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중 관계는 상당부분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연설이 끝나고 김 위원장의 방중을 환영하는 공연이 시작됐다. 중국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북한의 혁명가인 ‘김일성장군의 노래’와 ‘내 나라의 푸른 하늘’ ‘꽃파는 처녀’를 불렀다.
김 위원장의 전격 중국 방문은 북측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전격적인 방문 제의를 쾌히 수락해주시고 짧은 기간 성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 배려에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시진핑 “김정일 첫 방중 때 부친이 폭염 속 영접” 인연 강조
입력 2018-03-28 18:15 수정 2018-03-28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