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21세기 파라오’ 매료시킨 일본식 교육법

입력 2018-03-29 05:03
일본 초등학교 학생들이 테니스 치는 모습. 픽사베이

규율을 잘 지키고 근면한 일본의 국민성에 매혹된 압델 파타 엘시시(64) 이집트 대통령이 자국에 일본의 교육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27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실시된 대선에서 재선 성공이 확실시되는 엘시시 대통령은 연임 이후 이집트 공립학교 3만여 곳 전체에 학생의 당번 제도와 교실 청소 같은 일본식 교육을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이집트의 일본식 교육 모델 학교는 12곳이다.

2016년부터 모델 학교가 된 카이로의 사라터키알라 어학학교는 교내 벽마다 ‘무슨 일이든 다 함께 협력하자’ ‘손을 씻자’ 같은 표어가 붙어 있다. 교정에서는 교사가 구령을 내리면 학생들이 일제히 정렬해서 교실로 이동한다. 일본 학교에선 흔하지만 이집트에선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특별활동’으로 청소를 포함시켰고, 시간을 지키는 습관을 들일 목적으로 이전까지 교실에 없던 시계를 설치했다. 하산 이브라힘 교장은 “지각이나 싸움 같은 문제 행동이 줄었다”며 교육 효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엘시시 대통령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015년 일본·이집트 우호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 “일본인은 걸어다니는 코란”이라고 칭찬했었다. 근면하고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인의 습성이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의 가르침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미다. 그는 일본식 교육에 관심이 높아 2016년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때 학교를 시찰하는 일정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권위주의 통치자여서 ‘21세기 파라오(고대 이집트의 왕)’로 불린다. 군인 출신으로 2013년 쿠데타로 집권했다. 이번 대선에선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야권 후보들이 못 나오도록 철저히 틀어막아 일찌감치 재선을 확정지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