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장들이 등장했다, 들썩이는 미술 장터

입력 2018-03-28 21:43
제6회 홍콩 바젤 아트페어가 27∼28일 컨벤션센터에서 사전 공개됐다. 29∼31일 일반 공개되는 올해 행사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32개국 247개 갤러리가 참여해 치열한 미술품 판매경쟁을 벌인다. 고객과 사진을 찍으며 대중 친화적 이미지를 연출하는 스타 작가 제프 쿤스.
올해 처음 메인 코너로 승격한 리안갤러리 부스.
'인카운터' 코너에 설치된 울라 폰 브랜드버그의 '7개의 커튼'.
27일(현지시간) 오후 홍콩 도심 완차이의 컨벤션센터. 미국 뉴욕 최대 화랑인 데이비드 주워너 갤러리 부스 앞은 아연 북새통이 됐다. 방송 카메라가 포진하고, 관객들은 연신 스마트폰을 눌러댔다. ‘키치 미술의 거장’인 미국 작가 제프 쿤스의 예기치 않은 출현에 관람객들은 대중문화 아이돌을 보는 듯 환호했다.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인 제6회 홍콩 바젤 아트페어가 이날부터 이틀간 언론과 VIP에게 사전 공개됐다. 올해는 가고시안, 페이스, 국제화랑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32개국 247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한국도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해 한국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미술계 별들의 출동

매년 홍콩 바젤 아트페어의 이슈는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같은 글로벌 스타 컬렉터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올해의 주인공은 단연 제프 쿤스였다. 매끈매끈한 풍선 인형 같은 키치적 작품으로 미술계를 뒤집어 놓았고, 이탈리아 포르노 스타 치치올리나와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다. 데이비드 주워너 갤러리 부스에는 서양미술사의 명화와 조각을 패러디한 쿤스의 작품들이 개인전을 방불케 할 만큼 대거 나왔다.

또 영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 앤서니 곰리, ‘쟁반 거울 작가’로 불리는 인도 출신의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 독일 사진작가 볼프강 틸만 등 많은 거장들이 왔다. 한국에서도 단색화 대표작가인 이우환 박서보, 실험미술의 기수 김구림 작가 등이 홍콩을 찾았다.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제프 쿤스는 공식 석상에서 늘 정장을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셀카를 찍어주는 것도 고객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가고시안, 리만 머핀 등 아시아에 진출한 구미의 주요 화랑에는 일본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장 미셸 바스키아 등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나와 관람객을 흥분시켰다. 가고시안에는 피카소의 작품까지 나와 “역시 미국 대표 화랑”이라는 말이 돌았다.

한국 미술, 세지고 다양해지고

국내 화랑 중에는 올해 처음 메인 코너로 승격한 리안갤러리를 비롯해 학고재 아라리오 국제 PKM 313아트프로젝트 원앤제이 등 11곳이 참여했다. 예년에 비해 2∼3곳이 늘었다. 홍콩 바젤 아트페어는 참가 자격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곳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괜찮은 화랑’의 보증수표가 된다. 올해는 서울의 갤러리바톤, 대구의 우손갤러리, 부산의 조현화랑이 신규로 ‘인사이트’(메인 코너 전 단계) 부스 코너에 참여했다.

단색화 위주였던 예년보다 다양성이 강화됐다. 리안갤러리와 아라리오갤러리는 1960년대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을 이끈 이건용 김구림 작가를 각각 주요하게 소개했다. 이건용 작가의 홍콩 바젤 참여는 처음이다.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는 “60년대 실험미술의 기수였고, 70대인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점에서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고재는 민중미술 색깔이 두드러졌다. 강요배, 윤석남, 신학철 등 민중미술계 대표 작가들이 포진했다. 신 작가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한 신작, 시위 전문 다큐 사진작가 노순택의 ‘물대포 진압’ 사진이 나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현화랑은 숯으로 만든 이배 작가의 초기작을 들고 나왔다. 첫날부터 작품이 무더기로 팔려나가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한국 작가=한국 화랑 부스’ 공식도 깨졌다. 생존 작가로는 작품값이 가장 비싼 이우환 작가는 국제갤러리 등 국내 화랑뿐 아니라 구미 기반의 페이스와 리손갤러리, 일본의 스카이갤러리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신작을 내놓았다. PKM 전속인 전광영 작가의 작품도 펄램갤러리 등 여러 곳에서 목격됐고, 양혜규 함경아 서도호 등 중견작가 작품도 외국 갤러리에서 볼 수 있었다.

아트페어 속의 스펙터클 ‘인카운터’ 코너

주최 측은 갤러리들의 부스와 부스 사이에 넓은 광장 같은 코너를 마련하고, 화려한 설치작품을 두어 매년 볼거리를 제공한다. 올해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 두드러졌다. 독일 여성작가 울라 폰 브랜드버그의 ‘7개의 커튼’은 무지개 색 천을 커튼처럼 늘어뜨렸는데, 관객이 그 사이로 들어가 놀 수 있다. 오스트리아 작가 어윈 부럼의 ‘1분 조각’은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퍼포먼스 조각이다. 그의 지시를 따라 테이블에 머리를 대고, 테니스공 2개를 이마로 고정시켜 세우는 식이다. 놀이하는 듯한 재미에 이번 행사의 인기 셀카 존이 됐다.

영상을 보여주는 필름 섹터, 갤러리 부스 속에 마련된 ‘미니 미술관’ 같은 캐비닛 코너는 미술 장터를 넘어 미술관과 같은 품격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의 김구림 김용익, 일본의 오노 요코 등 20여명이 초청돼 소속 갤러리에 코너가 꾸며졌다. 홍콩 바젤 아트페어는 29∼31일 일반에 공개된다.

홍콩=글·사진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