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뒷문을 어쩌나… 신태용의 고민

입력 2018-03-29 05:05 수정 2018-03-29 20:33
한국 축구 대표팀의 미드필더 정우영(왼쪽)이 28일(한국시간) 폴란드 호주프의 실레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폴란드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그라운드 위에서 무릎을 꿇은 채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4일 북아일랜드전에 이어 2연패로 이달 유럽 원정 평가전을 마쳤다. AP뉴시스

28일(한국시간) 폴란드와의 평가전을 마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과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평가는 엇갈렸다.

신 감독은 “폴란드에 두 골을 주고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어 두 골을 넣은 것은 고무적”이라며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반면 손흥민은 “이 정도 준비로는 월드컵에서 창피를 당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은 최정예 멤버들을 동원해 나선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을 통해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두 경기에서 모두 골 결정력 부재와 수비 불안이라는 고질병이 재발하며 조별리그 통과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태용호’는 폴란드 호주프의 실레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 전반에 두 골을 내준 후 후반 41분과 42분 연속골로 2-2 균형을 맞췄지만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허용해 2대 3으로 패했다. 지난 24일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는 1대 2로 패했다.

신 감독은 이번에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강호 스웨덴, 멕시코, 독일을 상대로 구사할 스리백과 ‘손흥민 활용법’을 실험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신 감독은 북아일랜드전에서 4-3-3 전술로 시작했다가 4-4-2 전술로, 폴란드전에서 3-4-3 전술로 시작했다가 4-4-2 전술로 변화를 줬다.

폴란드전에서 손흥민은 권창훈(디종), 이재성(전북 현대)과 함께 최전방에 나섰다. 하지만 좀처럼 활로를 뚫지 못했다. 손흥민은 전반 38분 황희찬(잘츠부르크)이 투입돼 투톱이 되자 비로소 활기를 찾았다. 손흥민은 “(움직임이 좋은) 황희찬이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움직이면서 공간을 내줬다”며 “(투톱 전술을) 좀 더 세밀하게 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리백은 좌우 윙백을 내리면 파이브백 형태가 되기 때문에 밀집 수비가 가능, 강팀을 상대할 때 효율적인 수비전술이다. 한국은 폴란드전 수비 상황에서 좌우 윙백인 박주호(울산 현대), 이용(전북 현대)을 내렸다. 하지만 5명이 전열을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강한 체력과 탄탄한 조직력이 갖춰져야 위력을 발휘한다.

문제는 익숙한 포백을 선호해온 한국 대표팀이 고작 두 달여 남은 러시아월드컵 개막 전까지 이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신 감독도 “하루만 스리백 훈련을 해서 조직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스리백 실패를 인정했다. 결국 남은 촉박한 시간을 고려하면 포백이 최선의 방책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5월 중순 23명의 대표팀 최종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5월 21일 소집되는 대표팀은 28일 온두라스, 6월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두 차례 국내 평가전을 치르고 출국한다. 이어 월드컵 사전 캠프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6월 7일 볼리비아, 11일 세네갈과 각각 비공개 연습경기를 한 뒤 12일 결전의 현장인 러시아에 입성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