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림바 연주자 장애령씨 “장애인 예술가 공연 퀄리티 높여 그들에 대한 편견 없애는 게 사명”

입력 2018-03-29 00:03
마림비스트 장애령씨가 최근 프리즘 앙상블의 공연이 열린 신촌성결교회에서 앙상블 창단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지난달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무대엔 독특한 음색의 애국가 반주가 흘렀다. 타악기인 마림바로 편곡해 연주한 애국가였다. 당시 연주자는 마림비스트 장애령(45)씨. 청명한 음색의 마림바 선율은 가수 장사익, 강원도 어린이들의 합창과 더해지며 감동적 무대를 선사했다.

이름조차 생소한 마림바 연주자 장씨를 최근 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에서 열린 ‘뉴욕 필하모닉 앙상블·프리즘 앙상블과 함께하는 사랑콘서트’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국내 최초 다운증후군·지적장애인 예술가 단체인 프리즘 앙상블의 설립자이자 음악예술 감독이다.

장씨는 세계적 마림비스트 아베 게이코에게 수학한 최초의 한국인 제자다. 그는 일본 도호가쿠엔 음악대학 마림바과 강사로 활동하면서 대만,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과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있다.

그가 장애인 예술가와 인연을 맺은 건 2013년 지적·발달장애인 체육대회인 한국스페셜올림픽 당시 열렸던 음악캠프에서였다. 멘토로서 마림바를 가르치던 그는 장애인 연주가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들에게 향후 진로를 물었다. 이때 돌아온 대답은 “캠프 이후 아무것도 안 한다”는 말이었다. 그는 “대답을 듣는 순간 다운증후군 동생이 떠올랐다”며 “남 일 같지가 않았다. 다시 연주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2015년 창단한 프리즘 앙상블은 클래식 국악 영화음악 CCM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소화하며 매년 6∼7회 공연을 올린다. 오는 8월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제1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일본에 거주 중인 그는 양국을 오가며 자비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앙상블 규모를 키워 후원을 받으라는 조언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제 손이 닿는 한에서 공연을 하려고 해요. 제 역할은 장애인 예술가의 퀄리티를 높이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 기존의 편견을 바꾸는 겁니다.”

프리즘 앙상블을 향한 그의 또 다른 목표는 하나님 사랑을 장애인 예술가에게 전하는 것이다. “교회에서 공연할 때 사람들의 환대에 감동해 신앙생활을 시작한 단원도 있어요. 이것도 선교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음악으로 단원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