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의심신고가 들어온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소재 돼지 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A형 구제역 바이러스로 확진됐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2월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1년1개월여 만이다. 돼지 농가는 2016년 3월 충남 홍성 이후 2년 만이다. 방역 당국은 전국 모든 우제류 농가에 대해 48시간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고 위기경보 단계도 ‘주의’에서 가장 높은 ‘심각’으로 격상했다.
문제는 국내 돼지에 백신 접종이 전혀 안 된 구제역 유형이 처음 발생했다는 데 있다. 돼지 농가들은 그동안 O형 백신만 접종해와 A형 바이러스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구제역 바이러스 유형에는 총 7가지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A형이 두 차례 발생한 것을 제외하면 그동안 모두 O형이 발생했다. 그것도 소 농가였다. 돼지에서 A형이 나타나지 않다 보니 이 유형의 구제역을 방어할 수 있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던 것이다. 2010∼2016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87건의 A형 가운데 돼지는 3건에 불과하다. 이번 구제역을 엄중히 봐야 하는 이유다. 당국도 경기도와 충남 농가에 O형과 A형을 방어할 수 있는 O+A형 백신을 긴급 접종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보유한 물량이 800만 마리분에 불과해 국내 총 사육 두수 1100만 마리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지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2010∼2011년 겨울 최악의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소·돼지 348만 마리가 살처분되고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돼 토양과 지하수까지 오염됐다. 이런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철저한 초동대응밖에 없다. 백신을 적시에 공급하고 소규모 농가, 운반 차량 등에 대한 맞춤형 소독으로 전국 확산을 막아야 한다. 농가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사설] 돼지 A형 구제역 첫 발생… 초동대응으로 확산 막아야
입력 2018-03-2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