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복음을 영화롭게 하라’ 김용의] 복음은 삶에서 이론 따로 실제 따로 일 수 없다

입력 2018-03-29 00:01
‘복음을 영화롭게 하라’를 펴낸 김용의 선교사가 지난 26일 서울 규장 출판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기독교 서점가에 눈에 띄는 벽돌책이 한 권 등장했다. 신학 전문서적도 아닌데 918쪽에, 가격도 4만5000원으로 만만치 않다. '순회선교단'으로 알려진 김용의 선교사가 '복음학교'에서 5박6일 강의한 내용을 집대성한 '복음을 영화롭게 하라'(규장)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규장 출판사 사무실에서 김 선교사를 만났다.

-책 출간을 그동안 망설였다고 들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복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복음의 능력을 삶에서 나타내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복음을 복음답게, 나의 전 존재를 걸고 복음에 부딪혀 보는 것을 강조해오던 터라 독자들이 또 다른 지식의 습득으로 여기고 끝내면 어떻게 하나 생각해서 책 낼 생각을 못했다.”

-‘복음이 당신의 삶에 실제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한국교회 안에서 신앙과 삶의 분리 문제가 지적돼 왔다.

“그동안 일부 기독교인은 예수님을 문제해결사, 소원성취용 도우미로, 기독교를 ‘영생보험’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이고 그분은 곧 살아계신 인격이기 때문에 이론과 실제가 따로 일 수 없다.”

-복음학교의 메시지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의견이 있다.

“예수님을 따른다고 한번 생각해봐라. 사람들이 자기는 가만히 있고 우리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분으로, 나에게 맞춘 예수님을 기대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어느 경우도 그렇게 동의하신 적이 없다.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서야 따라올 수 있다’고 하시지 않았나. 또 요한복음 5장 39절과 40절을 보면 ‘너희가 영생을 얻기 위해 성경을 상고하지만 내게 오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즉 예수님 따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C S 루이스가 진즉 간파하고 말했듯이 하나님을 전부로 받아들이든지 거부하든지이지 결코 중간은 없다.”

-순회선교단은 엄격한 공동체 생활로 유명하다.

“내가 경험한 바로, 공동체는 서로 책임지는 관계다. 교회론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우리가 각자 지체가 되는 생명의 유기적인 공동체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순회선교단은 하나님에 대한 절대 믿음, 전적인 헌신, 조건 없는 연합과 섬김을 3대 정신으로 하고 있다.”

-종신 선교사를 서원하고, 무소유를 실천하며 산다고 들었다. 폐쇄적 운영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심하기도 한다.

“공동체 들어올 때 재산이나 소유물을 다 버린다. 별도의 모금 없이 최소한의 생활비와 사역비로 살아간다. 1년에 100여개 나라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비행기 삯만 해도 비용이 적잖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체 총량으로 보면 공동체가 쓸 게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여기 들어오기 전엔 이들도 세속주의에 빠져 똑같이 살았지만 들어와선 달라졌다.”

-복음학교에서는 ‘죄의 열매-과정-원인’을 적는다. ‘나의 실존을 대면하자’는 취지다. 일각에선 ‘공개 죄 자백’의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한다.

“복음학교에서는 그 내용을 결코 공개하지 않는다. 나에게 실제가 된 ‘나의 복음’을 선포함으로 복음의 승리를 경험하고 확증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우리가 이걸 하는 이유는 믿음이 실제가 되려면 내 안에서 복음이 맥을 못 쓰는 영역이 무엇인지 알고 끊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학벌 콤플렉스가 있어서 학교 이야기만 나오면 얼버무리곤 했다. 목회자가 병든 자아의 본성을 숨긴 채 목회를 계속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 수 있나. 복음의 능력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의 종노릇을 끊어내자는 것이다.”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삶’을 살기로 작정하고 총체적 복음을 붙들고 살아왔다고 들었다. 선교사가 아닌 일반 평신도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선교사보다 삶의 현장에서 선교적 존재로 사는 게 더 힘들다. 그동안 삶과 일터를 구분해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해 왔다. 세상에서도 인정받고 믿음으로도 살라니, 살아야 하는 사람은 몸이 하나인데 힘들 수밖에 없다. 선교사의 태도를 갖고 직장에 가라. 월급 받기 위해서, 출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장의 사람들을 섬기기로 작정하고 축복하러 왔다고 살아라. 성경에 다니엘을 봐라. 왕이 주는 진미를 안 먹겠다고 하지 않나. 세상에서 보면 이상해 보이고, 진짜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싶은데 하나님이 살게 하신다. 하나님이 세우는 사람은 절대 낮출 수 없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