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과 다독 열풍이 부는 한국교회에 정독을 안내하는 책이다. 통독이 성경 전체 지형을 볼 수 있게 한다면 정독은 숲속의 다양한 오솔길로 인도한다. 성경학자인 저자가 말하는 정독 법이란 서두르지 말고 주문 외듯 지나치지 말고 되새기고 연관 짓고 관찰하고 비교하며 꼼꼼히 읽는 것이다.
신약성경 4복음서 정독 요령은 이렇다. 우선 공통 주제 파악이다. 복음서는 한목소리로 동일한 내용을 전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서 기적과 교훈을 베푸시다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셨는데 이는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기 위함이다.
다음엔 각 복음서의 전체 구조를 한눈에 조망한다. 마태·마가·누가복음 등 공관복음은 예수님의 사역과 활동지역을 중심으로,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세 번의 예루살렘 방문’과 ‘여섯 번의 유대인 명절’로 구분하면 이해가 수월하다고 한다.
복음서의 비슷한 본문과 비교하는 것도 정독의 팁이다. 4복음서는 서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기록 방식과 표현이 다르다. 저자는 이 차이점을 묵상의 주제로 삼으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에는 ‘심령이 가난한 자’라고 나오는데 누가복음에는 ‘가난한 자’로만 서술된다. 예수님은 본래 뭐라고 말씀하셨을까. 만약 마태가 ‘심령이’를 첨가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반대로 누가가 ‘심령이’를 의도적으로 뺀 것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식의 본문 비교 묵상은 복음서가 기록된 마태와 누가의 시대로 우리를 끌고 들어간다.
이 밖에도 본문의 육하원칙에 주목하고 본문의 전후를 살피는 것도 정독에 도움이 된다. 동사를 살피라는 조언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말 성경으로 정독할 때는 문장이 어떤 동사로 마무리되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동사의 시제가 과거, 현재인지 미래인지도 중요하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성경 통독? 다독?… 정독으로 말씀의 오솔길 걸어보세요
입력 2018-03-29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