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첫 남북정상회담 보름 앞두고 방중 장쩌민과 회담
김정은 평소 전용기 애용… 아버지 이용 철로 따라 방중
댜오위타이 18호실 묵고 중관촌 방문 등 일정도 닮아
중국을 전격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방문 시점과 방문 루트 모두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따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일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중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을 불과 보름 정도 앞두고 이뤄졌다. 2000년 5월 2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일은 당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김 위원장 역시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처음 중국 방문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고소공포증이 있던 김정일과 달리 평소 지방 시찰 등에 전용기를 애용해 왔다. 따라서 이번 방중에 전용기 대신 굳이 열차를 타고 간 것은 아버지가 이용했던 철로를 이용함으로써 북한 최고지도자로서의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중 교역의 상징인 압록강철교를 건너 방중함으로써 중국까지 참여한 대북(對北) 제재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는 김정일이 애용하던 ‘1호 열차’와 비슷한 기종으로 초록색 바탕에 노란 줄이 그려진 게 특징이다. 북한에서 김씨 일가가 아닌 일반 고위 간부가 특별열차를 타고 해외로 간 사례는 거의 없다. 특별열차 외부는 일반 열차와 비슷하지만 내부는 초호화판으로 꾸며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 25일 단둥에서부터 목격됐다. 단둥역에서는 당일 오후 10시쯤 거대한 가림막이 설치되고 압록강철교 인근이 전면 봉쇄됐다.
단둥에서 선양을 거쳐 1100㎞를 달린 열차는 26일 오후 10시쯤 베이징역에 도착했다. 이를 영접한 것은 국빈호위대로, 경계 등급은 국가원수를 맞는 수준이었다.
베이징역에서 김 위원장을 태운 차량 행렬은 중국 지도자들의 집무실과 거처가 있는 중난하이로 향했다. 그리고 인민대회당에서 김 위원장과 중국 고위급 인사들의 회동이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이후 김정일이 2011년 5월 방중 당시 항상 머물렀던 댜오위타이 18호실에서 묵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27일 오전 9시30분쯤 차량 행렬은 댜오위타이를 빠져나가 베이징 서북부 중관촌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관촌은 중국의 첨단기술 단지로 김정일도 방문한 바 있다. 이어 북한의 특별열차는 이날 오후 베이징역에서 선양쪽으로 출발했다. 열차는 선양과 단둥을 거쳐 북으로 귀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김정일 訪中 시점·루트’ 그대로… 아버지 따라하기
입력 2018-03-28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