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환영” 사측 “자존심 상해” 산은 “공식 의향서 못받아”
타이어뱅크 연매출 3000억 금호타이어 1/10 수준
“새우가 고래 탐내나” 시각도… 노조 “매각 시한 30일 파업”
연 매출 3000억원대의 타이어뱅크가 27일 매출 3조원에 가까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정한 해외 매각 동의 시한인 30일까지 불과 사흘 앞둔 상황에서 나온 돌발 변수다. 산은은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고수했다. 노조는 타이어뱅크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사측은 “자존심이 상한다”고 반발할 정도로 반응이 엇갈렸다.
김정규(사진) 타이어뱅크 회장은 이날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통째로 매각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에 대해선 “타이어뱅크를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채권단에 (타이어뱅크를) 담보로 제공하면 채권단 차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타이어뱅크는 대전에 본사를 둔 중견 타이어 유통기업이다. 타이어 제조를 한 적은 없지만 금호타이어 노조가 요구해온 ‘기술 유출 방지’를 막을 수 있는 국내 기업이긴 하다. 하지만 기업 규모로 볼 때 비상장회사인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타이어뱅크의 연 매출은 2016년 기준으로 3729억원, 영업이익은 664억원 수준이다. 연 매출이 최근 몇 년간 2조원대 후반에서 3조원을 넘나드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엔 턱없이 작은 규모다.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잠정 영업손실만 해도 1569억원에 이른다. ‘고래를 삼키려는 새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해외 매각 입장을 고수했다. 30일까지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 매각에 찬성하지 않으면 채권단 자율협약을 중단하고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타이어뱅크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면담 요청이나 의향서를 받은 것은 없다”며 “이미 금호타이어 유동성은 한계에 도달했고, 지난해 12월 이후 수차례 채무 상환을 유예했다. 더 이상 유예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타이어뱅크의 인수 기자회견이 기업 홍보효과를 노린 ‘언론플레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성명을 내고 “타이어뱅크의 인수 의사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바이고 인수 능력의 검증 과정을 거친 뒤 노조도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산업은행이 시한으로 정한 30일 3차 총파업을 벌이고, 해외 매각 반대 집회도 열 예정이다. 반면 금호타이어 김종호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신발보다 싼 타이어를 표방하는 국내 유통업체까지 끼어들어 우리 임직원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며 “법정관리를 거친 이후 금호타이어를 헐값에 매수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반박했다.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도 금호타이어 직원들에게 이날 서신을 보내 “금호타이어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해외 매각을 고집하는 채권단과 사측, 이에 반대하는 노조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금호타이어는 결국 법정관리를 거쳐 청산 절차를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임성수 홍석호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타이어뱅크, 매각시한 3일 앞두고 “인수”… 고개 돌린 産銀
입력 2018-03-28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