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북·미 테이블 합류 조짐

입력 2018-03-28 05:05

北, 대미 관계 개선 올인 부담 “우리에겐 中도 있다” 메시지
북핵 불용 中 합류 긍정적 평가 “北 제재 동력 약화” 우려도
내일 남북 고위급 회담 南 대표 조명균·천해성·윤영찬 참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격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하면서 비핵화 대화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외교로 성사된 남·북·미 3국 간 연쇄 정상회담에 시 주석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 고리로 지목되는 5월 북·미 정상회담까지 숨가쁜 외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27일 “북한이 북핵 대화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건 예견된 수순이지만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다”며 “김 위원장이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 도약을 위해 전략적으로 판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내부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김정은 체제 들어 북·중 관계가 냉랭했지만 대외 관계를 풀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북한으로선 전통적 우방인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으로선 미국의 의중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미 관계 개선에만 ‘올인’하기엔 부담이 컸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미 정상회담이 잘되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중국이 있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북한은 2000년 6월 1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뒤 회담에 앞서 북·중 정상회담을 했던 전례가 있다. 일단 대외관계 개선에 나서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북한 외교의 특징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핵 불용’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을 강조해 왔다. 그런 만큼 중국의 관여가 비핵화 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직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그동안 한국 정부의 중재로 남·북·미 대화가 잘 굴러갔지만 북·미 사이가 위태위태해 ‘과연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중국이 관여함으로써 한반도 해빙 무드로 가는 길이 좀 더 안정성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도 중국을 빼놓고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의 당사국이자 북핵 다자 채널인 6자회담의 의장국이었다.

우려도 없지 않다. 외교 소식통은 “북·중 관계가 개선된다는 건 양국 간 경제 교류도 재개된다는 뜻”이라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낸 제재 동력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피하기 위해, 또는 그 시점을 늦추려고 중국을 끌어들인 것이라면 대화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앞으로 러시아와의 접촉면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다음 달 중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서 북측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일본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북측에 북·일 정상회담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29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함께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보내겠다고 북측에 통지했다. 청와대는 당초 대표단에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인사가 1명씩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정원 대신 천 차관이 참여하게 됐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