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계속 거부 땐 주변으로 확대… MB, 딜레마

입력 2018-03-28 05:04

이명박(구속) 전 대통령은 검찰의 첫 방문조사를 거부하면서 “(나의) 구속 후에도 주변 사람을 끊임없이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부인 김윤옥 여사 등 이 전 대통령 주변인 상당수는 이미 구속영장에 공모자로 명시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하면 공모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검찰은 일단 28일 이 전 대통령 방문조사를 다시 시도하는 등 설득작업을 계속하되 끝까지 거부할 경우에 대비한 ‘플랜B’도 준비하고 있다.

2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혐의의 공범으로 구속기소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다스 횡령 등 관련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영배 금강 대표 외에도 20여명의 관련자가 등장한다. 이 전 대통령의 범행 사실을 구성하는 데 결정적 고리가 되는 인물들이다. 다스 비자금 조성과 법인카드 임의 사용 등 348억여원 횡령 혐의의 공모자로 명시된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 대표적이다. 김 전 사장은 검찰에 출석해 과거 BBK특검 수사 때와 달리 진실을 말하겠다는 자수서를 내는 등 검찰 수사 초반부터 적극 협조하며 구속은 피했다. 하지만 공모자가 된 이상 횡령 관련 범행에 대한 처벌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도 대거 공모자로 이름이 올라있다. 2008년 사업연도의 법인세 31억여원 포탈 혐의에는 이 전 대통령의 매제인 김진 전 다스 부사장과 조카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 공모자로 등장한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건넨 20억원 상당의 뇌물 관련 혐의에는 둘째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특히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관련해 건넨 3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범죄 사실에 부인 김 여사와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의 공모사실을 영장에 밝혔다. 이 전 회장이 241만원 상당의 명품 핸드백 가방에 현금을 담아 이 전무에게 주고, 이 전무가 이를 이 전 대통령 딸 주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게 검찰이 밝힌 뇌물 수수의 구조였다. 김 여사 역시 피의선상에 올라 있는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계속 거부하자 김 여사 조사를 보류하고 있던 검찰도 비공개 조사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재차 방문 조사를 시도하되 성사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보강 수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조사가 잘 진행되도록 계속 설득해보려 한다”면서도 “특별수사가 피의자 진술만 기대하고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 허용된 시간 내에 다른 필요한 수사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