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시내 곳곳 교통 통제… 북중 접경지역 단둥 호텔 강변쪽 객실 예약 중단
‘조선’ ‘진싼팡’ 검색어 차단… 언론·인터넷 통제도 강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한 27일 시내 곳곳에서는 교통이 통제되고 경계가 대폭 강화됐다. 전날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한 것으로 알려진 인민대회당 주변은 철저히 통제됐다. 외부인은 인민대회당을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 근처로 접근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인민대회당 주변에는 검은색 무장경찰 차량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었다.
특히 북측 인사들이 이동한 오전에 천안문과 인민대회당 사이를 가로지르는 창안제(장안대로)는 교통이 통제됐다가 풀리기를 반복했다. 교통이 통제될 때는 창안제를 향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도 제지받았다. 통제 탓에 창안제 주변은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택시를 타고 인민대회당 방면으로 가던 승객들은 차가 막히자 도로 한가운데서 내려 걸어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북한 인사들이 오전에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 중관촌 일대도 교통이 통제됐다. 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도 경계가 강화된 모습이었다. 북한대사관 정문에는 공안 서너명이 배치돼 기자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한 뒤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가 오후 베이징역을 떠날 때 역 주변에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차량이 목격됐다. 특별열차는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제3의 장소를 거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이 일본 강점기 만주지역의 김일성 항일활동 유적지 등을 방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을 태운 기차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북·중 접경 지역 랴오닝성 단둥의 한 호텔은 압록강변을 바라볼 수 있는 강변쪽 객실 예약을 중단했다. 중롄호텔은 “당국 지시로 오늘(27일)까지 중조우의교(압록강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객실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텔예약 사이트에는 중롄호텔의 강변쪽 객실은 예약이 끝났다고 표시됐다. 중롄호텔은 신의주와 마주한 단둥 압록강변에 있으며, 압록강대교를 지나는 차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언론 매체들의 보도와 인터넷 게시글을 감시하는 등 언론 통제도 강화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26일 오후까지만 해도 ‘조선’이란 검색어를 치면 ‘김정은 특별열차’ 등의 사진 등이 떴으나 당일 저녁부터 모두 삭제됐다. 이후 웨이보에서 ‘조선’은 검색이 안 되고 ‘김정은 방중설’ 관련 글도 모두 사라졌다. 검색엔진 바이두에서는 ‘진싼팡’(김씨네 3대 뚱보)도 검색되지 않았다. 진싼팡은 김 위원장을 ‘뚱보’로 비하한 표현이다.
중국 관영 언론들도 당국의 통제로 이날 오후까지 북한 고위급 인사 방문에 대해 어떤 보도도 하지 않았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은 방중’ 질문에 “만약 말할 게 있으면 적절한 때 발표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정상회담 열린 인민대회당 주변 외부인 접근 차단 ‘경비 삼엄’
입력 2018-03-27 18:58 수정 2018-03-28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