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지? 오늘 하루 파이팅이야!” “월요일인데 힘들지? 힘내!”
26일 오전 7시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고등학교 등굣길. 피로한 얼굴의 학생들이 졸린 눈을 비벼가며 언덕을 오르자 유진석(36·부산 이음교회) 목사와 강태진(23) 유치부 간사가 학생들을 격려하며 초코파이와 젤리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반색하며 손을 내밀었다. 간식은 전날 이음교회 성도들이 정성껏 포장한 선물세트였다. 세트 안에는 ‘넌 정말 특별해!’라는 문구와 유 목사의 연락처가 적힌 명함도 함께 담겼다.
준비된 간식세트 300여개는 20분 만에 동났다. 한 학생은 “이제야 받았다”며 “쉬는 시간에 먹겠다”고 좋아했다. 간발의 차이로 간식을 놓친 학생은 “더 없어요?”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오늘은 요구르트가 없네” 하는 소리도 들렸다. ‘십대의 셔틀’ 사역 풍경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십셔’로 불린다.
십대의 셔틀은 5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유 목사가 부교역자였던 2013년 시작해 이음교회를 개척한 이후에도 지속하고 있다. 유 목사는 “일진회 학생들 사이에 잔심부름을 하느라 왔다 갔다 하는 부하로 통하는 은어 ‘셔틀’이 부정적인 의미가 많아 긍정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이름을 지었다”며 “이름이 특이해 학생들이 잘 기억한다”고 말했다.
셔틀 장소는 일정 기간을 두고 바뀌지만 사역 형태는 그대로다. 그동안 13개 중·고교를 다녔다. 지금도 매주 월요일 아침 등굣길 학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유 목사는 간식을 나눠주면서 “교회에서 왔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전도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을 한 번이라도 웃게 해준다는 것이 ‘십셔’의 목적”이라며 “전도활동을 표방하지 않으니 학교 측에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성과보다는 사랑을 전하는 일에 의미를 두고 있다.
물론 이런 노력이 의미 있는 결과로 돌아오기도 한다. 부교역자 시절 유 목사가 나눠준 간식세트 안에 있는 명함을 보고 한 학생이 전화를 걸었다. 유 목사는 “바구니 안에 담고 싶은 만큼 담으라 해서 아이스크림 30개를 사줬다”며 “대신 그 주에 교회에서 꼭 보자고 약속했다”고 웃었다. 학생은 약속한 주일에 교회에 나왔다. 위기 청소년이었던 학생은 성인이 된 지금도 당시 유 목사가 사역하던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유 목사는 2016년 위기 청소년 10명과 함께 이음교회를 개척했다.
십대의 셔틀은 다른 교회에도 퍼져 나가고 있다. 충남 아산 순복음아름다운교회(강영구 목사)는 ‘십셔 아산’을 통해 등굣길 학생들에게 초코파이와 전도지를 나눠주고 있다. 부산 대지교회(김의중 목사)는 부산 강서구 낙동중학교에서 월 2회 컵라면 나눔 사역을 펼치고 있다. 매회 나눠주는 컵라면은 약 80개. 전교생이 150여명인 낙동중학교의 과반수가 대지교회와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유 목사는 교회가 다양한 방법으로 학교 현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만 중·고교가 300여개 있다고 합니다. 교회는 1800개가 넘습니다. 6개 교회에서 학교를 하나씩만 맡아도 주님의 사랑이 학생들에게 스며들겠지요.”
부산= 글·사진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현장] 청소년들 ‘간식 셔틀’ 해주는 목사님
입력 2018-03-2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