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정치적 저격 인상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반박
성추행이 있었다는 장소 머물렀던 시간 특정되며
5시 이후 행적 진실공방 가열
정봉주(58)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이 2011년 12월 23일 오후 5시37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정 전 의원을 기다리며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사진). 성추행이 있었다는 장소와 머물렀던 시간이 특정되면서 진실 공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 전 의원은 당일 행적을 5∼10분 간격으로 찍은 사진을 갖고 있다면서 렉싱턴호텔에 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오후 5∼6시 무렵의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A씨(가명 안젤라)는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오후 5시 5분과 37분 문제의 장소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검은 모자와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회견장을 찾았다. 담담한 목소리로 준비한 회견문을 읽었다.
그는 체크인 기록과 자신의 얼굴 사진이 나온 휴대전화 화면 캡처본을 공개하며 “위치 기반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퀘어’를 통해 하나의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퀘어는 위치 기반 SNS로 사용자가 특정 장소를 직접 방문한 뒤 체크인해 친구와 장소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그는 “당시 제가 방문한 렉싱턴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인 ‘뉴욕뉴욕’에서 오후 5시5분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최초 체크인을 했고, 30여분 뒤인 5시37분에도 추가 체크인한 기록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는 정 전 의원이 결백을 주장하며 제시했던 사건 당일 오후 5시까지의 행적(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지하 녹음실과 인근 식당 등)과 무관한 시간대다. 정 전 의원은 “당일 렉싱턴호텔에 가지 않았고 성추행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었다.
A씨는 “명확하지 않은 기억을 내세우면 오히려 혼선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침묵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이 주장한 대로 ‘미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라며 “오늘 제가 밝힌 자료는 제 진술의 일관성을 뒷받침해주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또 “정 전 의원이 어떤 경로를 거쳐 그곳에 왔으며 정확하게 몇 시에 도착했는지는 제가 증명할 수 없는 것”이라며 “5∼10분 간격으로 780장의 사진을 찍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정 전 의원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오전 국회에서 BBK 사건 재심 청구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A씨 등이) 저를 정치적으로 저격하는 것 같다”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치적 의도를 가득 담고 있고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의원은 그동안의 해명과 성추행 사건 당일로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촬영된 사진 780여장의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정 전 의원은 애초 “사건 당일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 어머니가 입원한 을지병원에 다녀왔다”고 주장했지만 공개된 사진에는 서울 서교동 나꼼수 녹음실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 전 의원은 “(사진상 오류) 문제는 경찰도 묻지 않는 질문”이라며 “기억이 좀 잘못됐다고 자꾸 묻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빨갱이가 아니라는 증거가 불충분하니 당신은 빨갱이가 맞다’고 하던 과거의 이념 공세와 같은 논리”라며 “성추행 의혹이 허위사실이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기자”라고 주장했다.
손재호 노용택 조민아 기자sayho@kmib.co.kr
‘정봉주 의혹’ 새 국면… 피해 주장 여성, 사진 증거 제시
입력 2018-03-28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