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거래제 이후 ‘빗썸’ 등 대형 4곳, 외연 넓히기 활발
중소 거래소는 어려움 커 10곳은 사실상 거래 중단… 中 업체 국내 진출도 지연
암호화폐(가상화폐) 실명거래제가 실시된 이후 가상화폐 거래소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대형 거래소들은 외연을 넓히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은 존폐 위기에 처하거나 오픈 일을 무한정 미루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27일 가상화폐 사기 피해예방 안내책자를 제작해 고객센터와 홈페이지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빗썸은 최근 대외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모바일 금융투자 플랫폼 ‘증권통’과 제휴한 뒤 숙박업체 ‘여기 어때’, 네이버, 인터파크 비즈마켓, 모바일 지불결제 서비스업체 ‘한국페이즈서비스’ 등과도 손을 잡았다. 업계 1위 거래소 업비트도 최근 앞으로 3년간 1000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관련 투자를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대형 거래소들은 가상화폐 가격이 꺾여 ‘투기 논란’이 잠잠한 틈을 타 가상화폐 산업의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올 초 2500만원에 육박했던 비트코인은 현재 87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그간 가상화폐를 투자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며 “이제 새로운 결제수단으로서 가상화폐가 지닌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4곳 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외의 나머지 업체들은 여전히 시스템 정상화에 어려움 겪고 있다. 일부는 원화 입출금 기능은 제외한 채 코인 간 거래만을 지원하기도 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 33곳 중 협회 자율규제 심사를 받겠다고 한 거래소는 27일 기준 23곳에 그친다. 협회는 규정상 자율규제 준수 거래소만 회원으로 받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10곳은 사실상 제명된 것과 다름없다. 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나머지 10곳은 사실상 거래를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케이코인, 후오비코리아 등 중국 거래소의 국내 진출도 지연되고 있다. 1월에 문을 열 예정이었던 오케이코인은 아직 오픈하지 못했다. 오케이코인 관계자는 “원화 출금 기능까지 갖춰 이달 안에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거래소의 경우 자금세탁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 쉽지 않기 때문에 법인계좌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 당국이 다음 달부터 거래소의 법인계좌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거래소 간 격차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인계좌 운영을 투명하게 만들어 이를 못 지키는 거래소들은 정리되는 양상으로 나아갈 것 같다”고 봤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 잘 나가거나… 문 닫을 위기이거나
입력 2018-03-2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