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등 만족도 부동 1위… 폭증 모바일 카드는 낙제점
지갑에 평균 현금 8만원 신용카드 2장 넣고 다녀… 20대는 체크카드 선호
모바일 결제수단인 각종 ‘○○페이’의 난립에도 불구하고 지급결제의 왕좌는 여전히 현금이 차지했다. 편리성 안전성 수용성 등 만족도 면에서 현금이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인이 평균적으로 지갑에 넣고 다니는 현금은 8만원이고, 신용카드는 2장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은 2017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지난해 9∼11월 전국 성인 남녀 2511명을 대상으로 돈을 어떻게 쓰는지 알아본 결과다. 들고 다니기 쉽고 사용 흔적이 남지 않는 현금의 내밀한 장점을 사랑하는 이들이 역시 많았다. 지급수단 만족도 평가에서 현금은 82.1점을 기록해 신용카드(78.0점)와 체크·직불카드(74.5점)를 앞섰다.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정보를 스마트폰에 미리 넣어놓고 간편결제하는 모바일 카드는 성장세가 확인되긴 했지만 만족도는 아직 48.1점에 그쳤다.
1인당 지갑 속 현금 보유액은 평균 8만원이었다. 남성이 8만8000원으로 여성 7만2000원보다 많았다. 세대별로는 50대가 10만1000원을 넣고 다녀 가장 높은 액수를 기록했다. 20대가 4만6000원으로 제일 적었다. 현금 선호도가 높은 70대도 6만3000원에 그쳤다. 한창 일할 나이대가 아무래도 현금을 많이 들고 다녔다.
현금은 주로 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90.2%가 인출 시 ATM을 이용한다고 답해 금융기관 창구 이용 응답(33.7%)을 압도했다. 현재 한국은 인구 1000명당 ATM 보급이 2.4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은행들은 우대고객 입출금 수수료 면제 등 혜택으로 인해 ATM 유지 보수비용을 대기 어렵다며 이를 지속적으로 폐쇄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노년층 위주로 ATM 현금 이용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금융 접근성 차원에서 ATM을 과도하게 줄여선 안 된다”며 “적정 규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월급이 통장에 잠시 스쳤다가 쫙 빠지는 현상은 분명했다. 결제성 예금의 월평균 잔액은 100만원 미만이 34.6%로 가장 많았다. 100만∼300만원은 31.0%, 300만원 초과는 31.4%를 차지했다. 결제성 예금계좌가 마이너스 상태라는 응답도 3.0%로 나왔다. 이 중 1.2%는 300만원 넘게 마이너스 상태라고 답했다.
20대는 유독 체크·직불카드 보유 비중이 높았다. 20대의 76.7%가 이를 보유한다고 답해 신용카드(64.5%)를 넘어섰다. 신용카드 보유 비중이 90%를 넘는 30∼50대와는 대조적이다. 20대는 사회 초년생이 많아 신용카드를 발급받기엔 아직 신용이 여의치 않은 점이 일부 반영됐다. 체크카드 연말 소득공제비율은 30%로 신용카드(15%)보다 배 이상 많고 혜택은 거의 차이가 없는 점이 젊은층의 체크카드 선호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이번 지급결제 조사에선 가상화폐에 관한 인식 조사도 병행됐다. 가상화폐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21.6%였고, 실제 가상통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은 5.2%였다. 앞으로 보유하겠다는 대답은 15.6%로 나왔다.
20대의 24.2%, 30대의 20.1%가 앞으로 가상화폐를 보유하겠다고 응답해 다른 연령대를 압도했다. 고소득층일수록 가상통화 인지도가 높았는데, 향후 보유 의향 응답은 저소득층(23.4%)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신용카드·직불카드·○○페이… 그래도 ‘현금’이 최고
입력 2018-03-2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