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기준강화로 ‘나쁨’ 年75일… “실외수업 불능”

입력 2018-03-28 05:01
27일 서울 용산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쓴 채 하교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나쁨’ 일수 최대 5배 늘어나 학교·유치원, 실외수업 자제
운동회 등 실내수업으로 대체… 현장선 “구체 대책 없다” 불만
7월부턴 주의보·경보도 강화… 서울시교육청, 경보땐 휴업 권고


27일부터 미세먼지 예보 기준이 강화되면서 ‘나쁨’으로 표시되는 일수가 최대 5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학교와 유치원에서 야외활동을 하지 못하는 날도 그만큼 증가한다. 그러나 기준만 강화되고 미세먼지를 막거나 줄일 구체적인 대책은 없어 교육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가 서울의 2014∼2016년 측정치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에선 평균 나쁨 일수가 연간 13.7일에서 60.0일로 증가했다. 가장 최근인 2016년을 보면 13일에서 75일로 5배 넘게 뛰었다. 환경부가 전국을 기준으로 새로운 예보 기준을 적용해보니 나쁨 일수는 연간 평균 12일에서 57일로 늘어난다. PM2.5 미세먼지(초미세먼지) 기준 일평균 농도값 51㎍/㎥이던 하한선을 36㎍/㎥으로 강화한 결과다.

서울시교육청의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실무매뉴얼’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인 날에는 각 학교와 유치원에서 실외수업을 자제하고 운동회 현장학습 체육활동 등을 모두 실내수업으로 대체하도록 권고한다. 경기도 등 다른 시·도교육청도 야외수업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심하면 일주일에 하루는 야외수업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경기도 안양의 한 초등학교 교무부장은 “우리처럼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3, 4월에 아예 체육활동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기준만 강화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지원을 해 달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교감도 “현장체험을 갈 수 있는 날이 줄어들면 많은 학교가 같은 날 같은 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매일 실외수업을 60분씩 해야 하는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실내 신체활동으로 대체해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다. 서울의 한 병설유치원 교사는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실내에 있긴 하지만 장소가 좁아서 한 학급씩 돌아가며 사용해야 한다”며 “시간 관리도 어렵고 제약도 크다”고 했다.

오는 7월부터는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 기준도 강화된다. 환경부는 강화 이후 주의보 발령 일수는 연간 7일에서 19일로 늘어나고, 경보는 0.1일에서 0.2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보가 발령되면 서울시교육청은 각 학교와 유치원에 휴업을 권고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아예 휴교령을 내리도록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맞벌이하는 학부모의 반발이나 최소 수업일수도 고민”이라며 “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김남중 방극렬 기자 jaylee@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