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CEO’ 이채욱 “CJ 구원투수… 난 행운아였다”

입력 2018-03-27 22:09

샐러리맨 출신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CJ대한통운 대표 등을 지내며 성공 스토리를 써온 이채욱(72·사진) CJ 대표이사 부회장이 27일 비즈니스맨으로서 46년간 활동을 마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부회장은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CJ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CJ는 사내이사로 손경식 회장을 재선임하고 김홍기 총괄부사장과 최은석 부사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이 부회장은 주총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진짜 은혜를 많이 받은 행운아”라면서 “이재현 CJ 회장이 그간 공백이 있었지만 이제 모든 것을 회복하고 ‘그레이트(Great) CJ’를 향해 잘 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40년 넘는 비즈니스 활동을 마치는 소감을 묻자 “저는 앞만 보고 달려왔던 세대”라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나라가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용기와 꿈을 갖고 도전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이트 CJ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를 달성한다는 CJ그룹의 미래 비전이다.

이 부회장은 1972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물산 해외산업 본부장, 삼성-제너럴일렉트릭(GE) 조인트벤처 대표이사, 제너럴일렉트릭 코리아 회장 등을 지냈다. 2013년에는 CJ대한통운 대표이사로 CJ에 영입돼 2014년부터 지주사인 CJ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다. 이 부회장은 총수인 이 회장이 구속 수감 등으로 자리를 비운 기간 비상경영위원회의 일원으로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구원투수로서 제몫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폐 질환과 싸우며 경영활동을 해왔다. 습도가 높아 폐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본과 서울을 수시로 오가며 회사 일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곧 일본으로 건너가 요양할 계획이다. CJ는 그의 공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년간 이 회장의 많은 은덕을 입었다. 그래서 마무리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CJ는 올해 해외시장에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주총에서 “국내 사업에서의 압도적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에서 적극적 사업 확장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 사업부문에서 독보적 1등 지위를 확보하고 일류인재가 만들어가는 일류문화를 실현해 전 세계인의 사랑과 인정을 받는 CJ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