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중 대피상황 발생 땐 추후 다른 시험지로 치러… 비슷한 난도 출제가 과제
평가원 가채점 공개 계획 기술적 문제로 전면 보류
지난해 11월 15일 점심 무렵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강진이 발생했다. 그 이튿날로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불똥이 튀었다.
“수능시험을 보다가 운동장으로 대피하면 시험이 취소되느냐.” “일부에서 취소되면 전국 수험생이 또 봐야 하는가.” “시험을 보다 흔들리면 대피하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런 우려들이 넘쳐났다. 교육부는 결국 수능시험을 한 주 연기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만약 포항 지진이 하루 늦게 발생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사실 답이 없다. 지진이 없길 하늘에 빌 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7일 ‘2019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진 대책도 함께 내놨다. 골자는 두 세트의 시험 문제를 만들어 돌발 상황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두 세트를 만들어놓으면 지진 발생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교시 수학 시험 도중 지진이 발생해 운동장으로 대피한 상황이라면 1교시 국어 성적을 그대로 인정받는다. 여진 발생 상황 등을 고려해 시험 재개 시점이 결정되면 예비 수학 시험지로 시험을 재개하면 된다. 한 세트만 준비했던 예년에는 새로 문제를 만드는 데 1개월가량 소요되므로 대입 일정에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진다. 출제위원 감금은 1개월가량 더 이어지며 모든 대입 일정은 엉망으로 꼬인다. 예비 문항이 구비돼 있으면 당일 시험이 취소되더라도 1∼2주일 안에 재개 가능하다.
관건은 난도 조절이다. 두 세트 문항이 비슷한 난도를 보이도록 정교하게 출제해야 한다. 그러나 평가원이 난도 조절에 성공한 해는 손에 꼽을 정도여서 매년 ‘불수능’ ‘물수능’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출제해야 하는 문항이 많아지므로 출제 인원과 예산도 더 투입해야 한다. 평가원 관계자는 “문항이 늘어나면 예산·인력이 늘어나며 출제기간, 보안 문제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진이 나지 않을 경우 예비문항을 폐기할지 모의고사로 활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6월 모의평가부터 평가원 가채점 결과를 공개하려던 계획은 전면 보류됐다. 성기선 평가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성 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선 “수능 가채점으로 등급별 예상컷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수능 4∼5일 뒤면 결과 발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험생은 수능 뒤 자신의 등급컷을 예측할 때 입시업체 자료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만약 평가원이 등급컷 추정치를 발표하면 수험생은 부담을 덜고 더 정교한 입시전략을 짤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본 보호 차원에서 수험생들이 제출한 답안지의 스캔을 떠야 하는데 통상 전체 답안지의 7%는 마킹 오류로 스캔이 불가능하다. 93%만으론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의욕이 앞섰던 성 원장이 허언을 한 셈이 됐다.
올해 처음으로 수능 문항별 교육과정 성취기준이 공개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렇게 하면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했다는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수능시험에 스포츠 상황에서의 물리 개념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면 ‘뉴턴의 운동법칙을 1차원 운동에 적용하고 스포츠 등에서 충격량과 운동량 변화의 관계를 이해한다’는 성취기준에 따른 것임을 밝히는 것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지진 재시험 대비 수능시험지 ‘2세트’… 관건은 ‘난이도’
입력 2018-03-28 05:05